[시승]서킷에서 만난 성난 황소, 람보르기니 우라칸 STO

2023. 6. 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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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라칸의 정점에 이른 차, 마지막 순수 내연기관 수퍼카로 제격
 -LDVI, 람보르기니식 고성능 보조 시스템

 요즘 수퍼카 분야의 화두는 순수 내연기관의 종말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동화 시스템을 추가하는 것. 이 가운데 람보르기니는 창립 60주년인 올해부터 레부엘토를 통해 V12 엔진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결합하는 행보를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V10 엔진의 우라칸에는 순수 내연기관이 남아있다. 게다가 자연흡기 방식을 통해 내연기관의 매력을 강조한다. 우라칸의 정점에 있는 우라칸 STO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만나봤다.


 우라칸 STO는 서킷에 가장 잘 어울리는 우라칸으로 꼽힌다. 일반 도로에 올랐을 때 서킷처럼 누빌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실제 이름의 'STO'는 수퍼 트로페오 오몰로가타(Super Trofeo Omologata)의 약어로, '모터스포츠로부터 영감을 얻은 도로 주행용 수퍼카'란 뜻이다.



 외관은 투톤 색상이 강렬한 대비를 이뤄 시선을 강탈한다. 공력 성능을 위해 곳곳에 날을 세워 전투적인 이미지의 건담을 연상케 한다. 후드는 펜더와의 경계 없이 통째로 열리는 구조다. 람보르기니는 이 형태를 '코팡고(Cofango)'라 부른다. 코팡고는 보닛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코파노(cofano)'와 펜더의 '파라팡고(parafango)'를 합친 단어다. 이음새 없는 디자인을 통한 공력성능 향상과 정비성 개선을 위해 등장했다. 이밖에 리어 펜더, 스포일러 등 차체 외부 패널은 레이싱카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과 알칸타라로 가득 찬 실내는 여느 수퍼카와 마찬가지로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다. 디지털 계기판은 고성능답게 속도보다 엔진회전수와 기어 단수를 강조한다. 스티어링 휠은 STO, 트로페오, 피오자의 세 주행모드 버튼을 준비했다. 기본 모드인 STO는 일반 도로 주행과 커브가 이어진 길에서, 트로페오는 모든 시스템이 마른 아스팔트 노면과 트랙 최고속 기록을 내는 데 최적화한다. 피오자는 구동력 제어 기능, 토크 벡터링, 후륜 조향, ABS 기능을 젖은 아스팔트 노면에 맞춘다.

 STO는 최고 640마력, 최대토크 57.7㎏·m를 발휘하는 V10 5.2ℓ 자연흡기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를 조합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3.0초다. 하지만 패들 시프트 레버를 당기고 변속충격을 느끼며 가속하는 쾌감과 좌석 뒤편에서 울려 퍼지는 엔진음은 숫자로 표현하기 어렵다.



 먼저 차의 운동성능을 짧게 확인할 수 있는 짐카나 코스에 올랐다. 가속을 하면서 지그재그로 라바콘들을 피한 후 360도 선회를 거쳐 급차로변경, 이후 작은 공간에 차를 완전히 멈추는 코스다. STO는 폭발적인 초기 가속과 낮고 넓은 차체의 기민한 움직임이 돋보였다. 반면 360도 선회에선 토크를 억제하며 가속이 잘 붙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람보르기니의 주행 특성 제어 시스템인 LDVI(Lamborghini Dinamica Veicolo Integrata)의 적극적인 개입 때문이다.



 LDVI는 전용 토크 벡터링과 고성능 구동력 제어 프로그램을 통해 ESC 온(ON) 모드에서는 직진 가속 때 최상의 성능을 보장한다. ESC 오프(OFF) 모드에서는 야성을 드러내며 운전자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 ESC를 껐다면 드리프트도 가능했을 것이다. 실제 직접 시승 이후 진행한 인스트럭터와의 동승 주행에선 힘이 넘치는 드리프트로 360도 선회를 통과했다.


 이후 STO와 함께 트랙에 들어가 진면목을 확인했다. 우라칸 STO는 엔진의 힘을 뒷바퀴에만 전달해 짜릿한 운전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탄탄한 하체와 예리한 조향 감각, LDVI의 도움 덕분에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진 않았다. 스피드웨이의 가장 긴 직선 구간에선 260㎞/h 이상까지도 가속이 가능했다. 바로 120㎞/h까지 급감속하는 찰나에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STO는 용인 서킷의 빠듯한 고속 블라인드 코너와 헤어핀에서도 강한 횡중력을 버텨내며 맹렬히 통과해냈다. 다양한 시스템의 조화를 통해 최고성능을 뽑아낸다는 점에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감성은 다기통 엔진 특유의 우렁찬 사운드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우라칸 STO는 람보르기니의 확고한 레이싱 DNA를 뽐내며 어떤 상황에서도 최적의 성능을 선사한다. 화끈한 가속력과 울림이 있는 소리, 한계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안정적인 자세를 보여주며 제 가치를 드러냈다. 마지막 순수 내연기관 수퍼카로는 흠잡을 곳이 없다. 시작 가격은 4억원대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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