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혁 넌 슈퍼스타야"…'닥터 차정숙' 로이킴, 주문을 걸다 [인터뷰M]

배우 민우혁이 '닥터 차정숙' 속 차정숙의 백마 탄 왕자님 로이킴을 연기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민우혁은 지난 4일 종영된 JTBC 주말드라마 '닥터 차정숙'(극본 정여랑·연출 김대진)을 통해 호평받았다.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 분)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다.

민우혁이 연기한 로이킴은 해외 입양아 출신 이식(간담췌)외과 전문의로 완벽한 외모와 다정다감한 성격을 지닌 인물. 차정숙에게 없어서는 안 될 든든한 지원군으로 안방극장에 설렘을 투하한 그다.

이와 관련 민우혁은 iMBC연예와 만나 작품을 끝낸 소회를 밝혔다. 그는 "많은 작품들을 해봤지만, 이렇게 성공한 작품은 처음이다. 분위기가 정말 좋아 기쁘다. 로이킴을 보내주기 싫을 정도다. 민우혁이라는 배우가 많은 분들의 뇌리에 남게 되어 감사하다. 앞으로의 행보가 스스로도 기대되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캐스팅 당시를 떠올린 민우혁. 감독은 그의 섭외를 두고 마지막까지 고심했다고. 이유를 묻자 민우혁은 "뮤지컬 무대에 익숙하다 보니 동작이 너무 크다고 판단하셨던 거 같다. 자주 만나 리딩하고 고심하셨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며 "방송 이후에는 감독님이 매회차마다 나에 대한 좋은 반응을 찾아 보내주시더라. 정말 감사하고 뿌듯한 대목"이라고 전했다.

로이킴은 현실에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인물로 묘사됐다. 민우혁은 "미국인, 외과의사라니 단 한 번도 연기해보지 않은 인물이고 의학 용어도 참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구사하기 위해 실제 의사 선생님과 만나 배우고 엄청나게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어 "완벽한 남자라는 프레임 자체는 정말 민망하더라. 극중 로이킴의 대사가 현실에서는 잘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로이킴이니까 허용되는 그런 멋진(?) 멘트들이더라. 뻔뻔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나는 슈퍼스타다. 콘서트를 막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온 아이돌이다'라며 되뇌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닥터 차정숙'은 신드롬급 인기를 끈 작품이다. 민우혁은 주요 출연진으로 흥행의 이유도 꼽아봤다. 그는 "차정숙의 성장기가 가장 큰 인기 요인 아닐까 싶었다. 경력이 단절된 주부들이 그녀를 보며 공감하고 응원해 주셨다"며 "이외에도 병원을 배경으로 하니 환자들의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그들을 보는 재미와 감동도 있었을 거다.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준 작품"이라고 전했다.

누군가에게 힘을 주고, 스며드는 것. 민우혁이 연기하고 노래하며 예술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하다. 그는 "난 무명을 겪어본 입장이지만, 포기한 적은 없다. 어떤 위치에 있어도 주변에 누군가에게 영향,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연기를 하고,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나의 꿈을 이룬다는 의미도 있지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생각이 더 컸다"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너무 좋다. 연기, 음악 모두 의사가 아니지만 사람에게 치유의 힘을 주지 않나. 정말 큰 자부심을 가진다. 목표는 누군가는 나의 모습을 보고 삶의 변화가 생기길 바란다. 그들이 있는 한 텍스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본질을 잘 찾아내 잘 연기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민우혁은 촌각을 다투며 치열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야구 선수를 꿈꾸다 그만둔 즉시, 스스로에게 좌절할 틈을 주지 않고 가수의 길을 걸었다. 동시에 뮤지컬 배우에 도전했으며 이제는 매체 연기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모든 영역에서 무명의 설움을 겪었지만 꺾이지 않고 우뚝 선 그다. 타고난 기질이 집요하고 대찬 덕분도 있으나, 단단한 가치관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어릴 적 보고 자란 아버지의 영향도 크게 받았다는 민우혁.

그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걸 안 좋아한다.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해야 가치 있게 느껴지고 스스로 납득이 간다. 어떤 자리에서 무얼 하든 최선을 다한다. 뭐만 하면 손부터 들고 가장 앞으로 튀어나가는 편이다. 그래야 시간도 빠르게 흘러가고 나중에 나에게 무언갈 남기더라. 내가 열심히 안 할 거면 아예 손도 안대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아버지는 내가 운동하길 정말 원하셨다. 10년의 시간을 나에게 쏟아부어주셨다. 그런 귀한 야구를 내가 관둬야겠다 결심하고 말하기까지 3달이 걸렸다. 정말 큰 고민이었다. 매일 술로 살았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큰 용기를 내어 부모님에게 야구 그만둔다고 했을 때 '고생했다. 지금부터 네가 하고픈 꿈을 펼쳐라'고 하셨다"며 "곧장 가수의 길을 응원해 주셨다. 엄청 혼날 거라고 걱정하고, 좌절하실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민우혁은 "캠코더가 정말 비싼 시절에 그걸 사주셨다. 노래 연습을 하라고. 우리 집이 엄청 큰 사건에 휘말려 전재산을 다 날렸을 때 난 완전히 좌절했다"며 "우리 아버지가 어머니 어깨를 감싸며 '우리가 언제 부자였냐, 다시 시작하면 되지'라고 하시더라. 아버지의 큰 영향을 받고 자라 많은 일들에 용기 내어 도전할 수 있었다"며 존경심을 내비쳤다.

한편 민우혁은 지난 2007년 그룹 포코스로 데뷔해 군 복무를 마친 후 뮤지컬 '젊음의 행진' '김종욱 찾기' '총각네 야채가게' '레미제라블' '위키드' '아이다' '벤허' '안나 카레니나' '영웅' 등에 출연했다. 드라마 '홀리랜드' '천 번째 남자' '제3의 매력' '하자있는 인간들'에서도 열연을 펼쳤다.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가족과의 단란한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의 아내 이세미는 1998년 EBS 청소년 드라마 '내일'로 데뷔했고, 2009년 여름부터 LPG 2기 멤버로 활동한 바 있다. 현재는 홈쇼핑 쇼호스트 및 민우혁과 소속사를 차려 대표직을 맡고있다.

iMBC 이호영 | 사진출처 이음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