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하단 3%대로… 가계부채 확대로 이어질까 [한강로 경제브리핑]

안승진 2023. 6. 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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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및 전세자금대출 금리 하단이 3%대로 내려왔다. 평균 금리로는 아직 4%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출금리가 다소 안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동시에 대출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코픽스 하락·은행 ‘상생금융’ 영향에 대출금리 하단 3%대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 2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3.910∼6.987% 수준이다. 지난달 12일(연 4.090∼6.821%)과 비교했을 때 하단 금리가 0.180%포인트 더 떨어졌다.

4일 서울시내의 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안내문. 뉴시스
지난달 15일 공시된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전월 대비 0.120%포인트(3.560%→3.440%) 낮아진 데다 은행권이 ‘상생금융’ 차원에서 가산금리를 줄이고 우대금리는 늘린 점 등이 금리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코픽스는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다.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 금리(연 3.800∼6.669%)와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연 3.920∼6.044%) 하단도 3%대다. A은행의 내부 금리 추이를 보면 2일 현재 주담대 변동·혼합형 금리와 전세자금대출 금리 하단이 모두 3%대인데,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약 1년3개월 만에 처음이다. 다만 주담대 혼합형 금리의 경우 최근 시장(채권) 금리가 다소 오르면서 지난달 12일보다는 하단이 0.240%포인트 높아진 상태다.

이번 금리 인상기가 마무리 단계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에서 연 6% 이상 고금리 대출은 사실상 종적을 감췄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4월 취급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분할상환방식) 평균금리는 모두 연 4%대를 기록했다. 이들 은행에서 실제로 나간 주담대 평균 금리가 모두 연 4%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9월(8월 취급분) 이후 8개월 만이다. 일반신용대출의 평균금리(서민금융 제외)는 모두 연 5%대였다.

4일 오전 오전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문제는 대출금리가 안정세를 보이자 가계대출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77조6122억원으로 4월(677조4691억원)보다 1431억원 늘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늘어난 것은 2021년 12월(3649억원 증가)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전체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1052조3000억원)은 이미 한 달 전보다 2조3000억원 늘어나 4개월 만에 증가 전환됐다. 지난달에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증가세로 돌아선 만큼,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은 2개월 연속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내부에서는 디레버리징(부채 상환·축소) 흐름이 약화할 경우, 이미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과 최인협 한은 정책총괄팀 과장은 지난달 30일 한은 공식 블로그에 올린 ‘향후 정책 운영 여건의 주요 리스크 요인’ 글에서 “주택 가격 수준은 여전히 고평가됐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디레버리징이 꾸준히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은행권 대출금리 하락세 속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의 이달 금리(일반형 연 4.15∼4.45%, 우대형 4.05∼4.35%)는 동결돼 주요 시중은행 주담대 하단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게 됐다. 단, 저소득청년·신혼가구·사회적 배려층은 우대금리가 적용돼 최저 연 3.25%∼3.55%의 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

◆ 부동산 위축에 자산세 9조원 급감

올해 들어 4월까지 부동산과 증권 등 자산시장에서 9조원 가까운 세금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영업이익 감소에 따른 법인세 감소 외에도 부동산·주식 거래 위축과 맞물린 자산시장 침체 역시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하반기 자산시장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세수 펑크’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이날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세수입 실적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관련 국세는 15조6000억원 정도 걷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인 24조4000억원 대비 8조8000억원(-36.1%)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걷힌 법인세(35조6000억원)가 전년 대비 15조8000억원(-30.8%) 준 것을 고려하면 자산시장 관련 세수 감소세가 더욱 가파른 셈이다. 자산 관련 세수로는 부동산 관련 세금으로 양도소득세와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있고, 증시 관련 세금으로는 증권거래세와 농어촌특별세가 있다.

세목별로 보면 4월까지 양도소득세가 5조9000억원 걷혀 지난해 같은 시기(13조1000억원)보다 55.0%(7조2000억원) 줄었다. 1∼4월 전체 소득세 감소분(8조9000억원)의 약 81%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주택매매량이 38.9% 줄고, 순수토지매매량이 40.6% 줄어드는 등 부동산 거래가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또 지난해 4월까지 6조5000억원이 걷혔던 상속증여세도 올해 6조원 정도만 걷혀 8% 감소했다. 증권을 사고팔 때 내는 증권거래세 역시 지난해 4월까지 2조6000억원 걷혔지만 올해는 1조9000억원에 그쳤다.

문제는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종부세 수입이 추가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종부세가 5조7000억원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공시가격이 대체로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세수 규모가 예측됐는데,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년보다 18.61% 하락한 만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종부세는 정부 예측치보다 더 쪼그라들 수 있다. 

강 의원은 “지금과 같은 세수 결손 상황에서 정부가 추경 편성이나 예산 강제 불용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어떤 방법으로 부족한 세수를 메울 수 있을지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특히 법인세 등 감세가 내년부터 나타날 것까지 감안한다면 조세·재정 정책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윤석열정부는 세금 감면으로 경기를 활성화하고 이에 따라 세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경기 침체의 거센 파도 속에서 위기에 대처할 세수마저 부족한 상황으로 몰렸다”고 비판했다. 

◆ 2600 뚫은 코스피…6월은 엇갈린 전망

코스피가 1년 만에 2600선을 탈환했지만 미국 부채한도 상향에 따른 국채 확대와 차익 실현 부담에 6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회의적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다만 하반기 반도체 실적이 점차 개선되면서 국내 증시 상승 여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지난 =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32.19포인트(1.25%) 상승한 2601.36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한 달간 3.02% 상승하며 주요 20개국(G20) 중 5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아르헨티나 메르발(MERVAL) 지수가 14.81% 상승하며 1위를 기록했고 일본 닛케이225 지수도 7.04%의 상승률을 보여 2위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지난 2일 2601.36으로 장을 마감하며 지난해 6월9일 이후 1년 만에 2600을 넘어섰다.

지난달 코스피를 끌어올린 것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4조6392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개인은 3조9141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각각 2조5670억원, 1조4717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주가가 각각 7만원, 11만원을 뛰어넘으며 순항 중이다.

엔터주도 지난달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됐다. 외국인은 와이지엔터테인먼트를 1304억원 순매수했고 JYP엔터테인먼트, 하이브도 각각 483억원, 468억원 순매수했다. JYP엔터는 지난 2일 13만3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고 YG엔터도 지난달 31일 장중 9만7000원으로 신고가를 찍었다. 5월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종목은 우크라이나 재건주인 삼부토건으로 93.47% 급등했다.

코스피의 순항에도 증권가는 이달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기에는 불안 요소가 많다고 평가하고 있다. 먼저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에 따라 미국채 발행이 늘어나는 점은 외국인 매수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외국인) 수급이 얇아진 상황에서 미국 국채 발행량 증가에 따른 금융시장 풍선 효과가 조정의 빌미가 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반도체주 상승을 이끈 미국 엔비디아, 구글 등 반도체 기업들의 차익 실현 매물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단기 조정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2600에서는 단기 고점 인식이 작용해 외국인 수급 유입이 둔화됐다”며 “엔비디아, 마이크론 등 주요 종목의 차익 실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민석 교보증권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침체 위협과 경기 회복 지연 위험은 분명히 잠재돼 있지만 펀더멘털 모멘텀 개선에 대한 신뢰가 강한 만큼 우량 대형주가 지탱해 주는 시장 방어는 투자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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