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 대처법’ 찾는 한국인들…인종차별인가요? [특파원 리포트]

유호윤 2023. 6. 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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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인기 영상 중에 '니하오 대처법'이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 한국인에게 "니하오"를 외치는 현지인들을 워낙 자주 만나다 보니 이런 영상까지 등장한 겁니다.

■ "니하오"는 인종차별일까?독일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니하오'는 인종차별이 될 수 있을까요? KBS취재진은 독일 정부 지원을 받아 인종차별 등을 연구하는 독일 사회통합 이주연구센터(DeZIM)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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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어 인사 "니하오"…대처법 찾는 이유는?

유튜브 인기 영상 중에 '니하오 대처법'이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 한국인에게 "니하오"를 외치는 현지인들을 워낙 자주 만나다 보니 이런 영상까지 등장한 겁니다. 많게는 수백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데요.

중국어로 "안녕"이라는 의미의 이 짧은 인사말이 왜 문제가 될까요?

사실 막상 들어보면 일단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얼마 전 폴란드 브로츠와프의 골목길을 걸어가는데 마주 오던 남성이 저에게 "니하오"라고 외쳤습니다. 과장 섞인 중국어 억양으로 건넨 그 짧은 말의 의도는 명확했습니다. 조롱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에서 들은 '니하오'의 목적은 더 선명했습니다. 어두운 거리에서 취재진을 향해 현지인 서너 명이 "니하오"를 반복적으로 외쳤습니다. 자기들끼리 서로 키득대며 좋아하는 모습에 무시하고 지나왔지만, 기분이 상했습니다. 이런 불쾌감이 굳이 '니하오 대처법'을 찾게 되는 이유입니다.

■ "니하오"는 인종차별일까?…독일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니하오 대처법' 영상 속 댓글엔 불쾌했던 '니하오' 경험담이 꽤 많이 달립니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그중엔 이를 반박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현지인이 그냥 인사한 걸 왜 인종차별로 생각하느냐는 겁니다.


'니하오'는 인종차별이 될 수 있을까요? KBS취재진은 독일 정부 지원을 받아 인종차별 등을 연구하는 독일 사회통합 이주연구센터(DeZIM)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센터에서 2020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아시아계 인종차별 실태조사를 진행한 스다 키미코 연구원이 직접 답했는데요. 답변 내용은 명확했습니다. 인종차별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독일 사회통합 이주연구센터(DeZIM) 연구원들 인터뷰

스다 키미코/독일 사회통합 이주연구센터 '아시아계 인종차별 조사' 참여 연구원

"어떤 사람이 길거리에서 뜬금없이 다른 사람에게 '니하오' 말을 걸거나, '니하오'를 외치는 것은 '먼지차별'(Microaggression : 미세하지만 공격적인 발언이나 행동)이며, 인종차별입니다. 특히 '내가 당신을 정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백인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면서 '니하오'라는 말로 당신이 표준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도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당신은 유럽인이 아니고, 이곳에 속하지 않으며, 당신이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말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 인종차별적 모욕이 폭행까지 …"단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유럽 등에서 이뤄지는 아시아계 인종차별의 대다수는 눈을 찢는 동작 같은 비언어적 차별이나 모욕적 표현 같은 언어적 차별입니다. 이는 종종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코로나 19 확산 추세가 줄어들던 지난해 12월에도 독일 뒤스부르크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길거리에서 인종차별적 욕설과 함께 폭행을 당한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범인은 이민자로 보이는 2명의 남성이었는데, 단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피해자를 폭행했습니다. 차별적 인식에서 비롯한 증오와 혐오가 더 큰 범죄의 불씨가 될 수 있는 겁니다.



■ "아시아계 인종차별 문제는 이제 막 공론화된 단계"

취재진이 만난 독일 사회통합 이주연구센터 연구원들은 아시아계 인종차별 문제는 이제 막 공론화되기 시작한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코로나 19 당시 아시아계를 노린 과격한 인종차별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자 유럽사회는 뒤늦게 실태 파악에 나섰습니다.

독일 사회통합 이주연구센터 조나스 쾰러 연구원은 "2020년에 아시아계 인종차별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해 통계 자료를 찾아보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리가 2020년에 발표한 자료가 독일 전역에서 처음으로 인종차별 규모를 파악한 자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 19 이전에도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가 유럽에 분명히 존재했지만 제대로 된 통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겁니다. 더구나 EU나 유럽 정부들이 아시아계 인종차별 문제를 미온적으로 바라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인종차별 대응을 더는 개인에게 맡겨둬서는 안 됩니다. 정확한 실태 파악을 기반으로 실효성 있는 해법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스다 키미코 연구원은 아시아계 사회와 아시아 국가들이 연대해 EU나 유럽 정부들에게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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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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