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들자 먹구름이"…한·중 관계 마음 졸이는 면세업계

한전진 2023. 6. 5. 06: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오프닝 훈풍…중국 관광객 10만 명 돌파
엔데믹 기대 속 중국 경제 보복 '돌발변수'
명동의 중국 관광객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팬데믹으로 고난의 시절을 보냈던 면세업계가 최근 다시 긴장하고 있다. 한중관계가 경색되며 중국의 경제 보복 부활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올해 중국의 리오프닝 수혜로 본격적인 업황 회복을 기대했던 터라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해외 활로 공략 등 '중국 리스크'에 대한 대비에 나섰다. 

탄력받는 회복세

5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은 조금씩 회복세를 되찾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 고객은 31만4699명으로 전월 20만9653명보다 10만명 이상 늘었다. 이는 코로나 유행 시기인 2020년 3월(26만2143명) 이후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전체 면세점 매출도 1조2217억원으로 지난 1월 대비 53.2% 증가했다. 

국내 면세점 매출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특히 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 관광객 입국이 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은 업계 매출의 80%를 차지할 만큼 그 비중이 높다.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에서 입국한 외국인 수는 11만1049명으로 전달보다 40.9% 늘었다. 중국발 입국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선 건 지난 202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이 때문에 면세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업계는 앞으로 한중간 항공편이 더 증편되면 중국 관광객 입국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관광객 유치 전략도 적극적으로 세우고 있는 중이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업계 실적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중국이 심상치 않다

다만 최근 이런 전망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한중관계가 불확실성에 빠지면서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은 7개국(G7) 정상 회의 참가 등 미국 밀착 외교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벌어졌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과 같은 중국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가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명동의 외국인 관광객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실제로 보복 조치로 보일 만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네이버 접속이 차단됐고 한국 연예인의 방송 출연도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중국 정부는 최근 윤석열 정부에 미국 일본의 중국 봉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 여러 방면에서 한-중 협력을 하기 어렵다는 이른바 '4불가(不可)' 방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아직 여파가 없다면서도 회복 국면이 더 늦어질까 긴장하고 있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지금 면세업계는 2019년 매출 대비 70% 정도 회복된 수준"이라며 "나머지는 중국 관광객이 와야 하는 부분인데 계속 늦어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이미 사드 보복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의 유입에 제한이 있어왔던 만큼,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중국이 예전만큼 강력한 경제 보복에 나서기 힘들 것으로 보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대중국 발언이 강경한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의존도 낮추기 '병행'

업계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외 활로 공략에 나섰다. 앞으로 한중간 정치적 상황이 더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비에 나선 셈이다. 특히 현재 국내 면세 시장은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어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수익 다각화를 이뤄내는 게 관건이다. 

롯데면세점은 오는 6월 호주 멜버른 공항점 개점이 예정돼있다. 하반기에는 베트남 하노이 시내점을 연다.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에 진출한 신라면세점도 엔데믹을 맞아 본격적으로 해외 면세점의 운영을 재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업계는 국내 면세점에서 태국, 베트남, 대만 등 동남아 고객의 비중을 넓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다만 중국 없이는 이전의 전성기는 되찾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국내 면세업계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던 2019년(24조8586억원)은 중국 관광객이 국내에 북적이던 당시다. 사드 해빙기로 불리며 한중관계가 좋았던 때이기도 하다. 명동 등 거리에 중국인을 태운 관광버스가 줄을 이으며 면세점에 팔 물건이 없었을 정도였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국인 출국객이 가파르게 증가함과 동시에 일본, 동남아 등 다양한 국적 고객들의 면세점을 방문하고 있지만 한중관계 악화로 인해 매출 회복은 아직까지 요원한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외교관계가 개선되고, 큰손인 유커들이 한국을 방문해야 면세업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