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선수의 숨겨진 힘, 그릿(Grit)

2023. 6. 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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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수 조선대학교 교수

성공하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러한 질문은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본 생각일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선수들의 차이는 타고난 재능이라 제일 먼저 생각하고, 이어서 기술, 체력, 전략 등의 요소들이라 생각할 것이다. 과연, 타고난 재능이 성공을 결정하는 핵심요인일까? 일반적으로 스포츠현장에서 선수의 타고난 재능은 뛰어난 성과를 내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을 지닌 선수라도 어떤 선수들은 자신에 비해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선수보다 뛰어난 성과를 보이지 못하거나, 운동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고 중간에 포기하는 선수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분명 타고난 재능은 선수로서 성공하는 데 중요한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경기력 혹은 성과를 설명하기 위한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이처럼 성공하는 선수의 이면에 재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숨겨진 힘, 그릿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재능을 뛰어넘는 힘 = 그릿

미국의 심리학자 앤젤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는 오랜 시간 동안 예술, 체육,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공통점을 밝혀내고자 노력하였다. 그 결과 어떠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자신의 분야에 대한 인내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를 ‘그릿’으로 설명하였다. 이처럼 그릿을 심리학적 용어로 처음 제안한 앤젤라 더크워스는 이를 장기적인 목표를 위한 열정과 노력으로 정의하였으며, ‘노력의 꾸준함(Perseverance of Effort)’과 ‘흥미의 지속성(Consistency of Interest)’을 핵심요소로 소개하였다. 먼저 인내에 해당하는 ‘노력의 꾸준함’이란 목표달성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실패나 좌절,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해 나갈 수 있는 끈기를 의미하며, 열정에 해당하는 ‘흥미의 지속성’이란 목표와 흥미를 쉽게 또는 자주 바꾸지 않고 일관되게 유지하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물론 그릿이 선천적인 재능, IQ 등의 잠재력 없이 끈기와 열정만으로 성공을 예측한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가진 잠재력에 노력과 열정이 투입될 때 실제 능력으로 발현되며, 거기에 다시 긴 시간의 노력을 거쳐야 비로소 목표를 성취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릿의 중요성은 강조된다. 그리고 이것은 다음과 같은 등식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이는 잠재력(재능)을 실제 능력으로 발현시키는 데 중요한 요인이 바로 노력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운동선수에게 그릿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운동선수들은 경쟁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해 내야만 하는 등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에 노출된 환경 속에서 생활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운동선수가 스포츠 영역에서 더 높은 수행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기 기술과 체력 등의 역량을 증진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즉, 반복되는 경쟁과 도전, 그리고 평가 속에서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동기, 끈기, 열정 등과 같은 비인지적 요소가 중요하며, 이는 곧 그릿으로 귀결된다. 다만, 일반 영역과는 달리 운동선수들에게는 운동이 삶의 전반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스포츠 영역에서의 그릿은 운동선수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운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열정을 쏟으며, 어려움에 부딪히더라도 굳은 의지를 갖고 인내와 끈기로 극복해내는 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앞서 제시했던 그릿 공식 [성취 = 재능 x 노력2] 은 운동선수의 성공을 매우 적절히 설명해주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테니스선수의 경우 아무리 재능이 있더라도 필요한 노력 없이 기술을 연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어떤 선수들은 테니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 다른 선수들에 비해 자연스럽게 공을 라켓의 가운데로 맞추며 반대편 코트로 넘기는 것이 능숙할 수도 있다. 이것은 일종의 타고난 능력이라 불리는 재능 때문일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모두가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나 라파엘 나달(Rafael Nadal)과 같이 뛰어난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괄목할 만한 성공담 속에는 재능 뒤에 숨어있던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릿은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는가?

첫째, 성장 마인드셋을 길러라!

마인드셋(Mindset)은 심적 경향이나 태도, 신념, 마음가짐 혹은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이러한 마인드셋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자신의 자질(예: 지능)과 능력(예: 운동 재능)이 돌에 새긴 듯 이미 일정한 수준으로 정해져 있다고 믿는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이고, 다른 하나는 자질과 능력을 포함해 자신의 존재는 노력과 학습을 통해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고 믿는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다.

이러한 성장 마인드셋을 기르기 위해서는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선수 스스로가 긍정적인 믿음과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부모나 지도자의 긍정적인 피드백(예: 칭찬)이 필요하다. 특히, 선수의 타고난 재능이나 경기결과에 대한 칭찬이 아닌 그들이 기울인 노력과 과정에 대해 칭찬함으로써 성장 마인드셋을 발달시킬 수 있다. 따라서 선수가 시합에서 이겼을 때, “너는 정말 타고났구나!”라는 말보다는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노력했구나!”라는 방식의 칭찬을 해주는 것이 그릿을 성장시키기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둘째, 명확한 목표를 가져라!

그릿이 높은 선수들은 운동선수로서의 뚜렷한 목표가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훈련과 시합에 임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특히, 열정적으로 목표를 추구하고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그릿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목표에 대한 인식을 명확하고 견고히 할 때 목표달성을 위한 끈기와 열정은 더욱 강렬해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그릿이 잘 발휘되기 위해서는 ‘최상위목표-상위목표-중간목표-하위목표’와 같이 목표를 위계적으로 설정하 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최상위목표는 개인이 궁 극적으로 이루고자 하 는 목표를 의미하며, 하위목표일수록 최상위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와 타자의 2도류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세운 목표달성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오타니 쇼헤이 선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8구단 드래프트 1순위’를 상위목표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몸만들기’, ‘제구’, ‘구위’, ‘볼 스피드’, ‘변화구’, ‘운’, ‘인간성’, ‘정신력’ 등의 8개 중간목표를 설정하였으며, 8개의 중간목표를 이루기 위한 실천과제 8가지를 각각 설정하여 총 64개의 하위목표를 설정하였다. 여기서 상위목표는 모든 하위목표의 방향과 의미를 제공하는 토대가 되며, 중간목표와 하위목표는 상위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가 된다.

이처럼 위계적 형태의 명확한 목표는 상위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신에게 필요한 요소에 체계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상위목표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과 열정을 지속하게 함으로써 운동선수로서 이루고자 하는 성취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셋째, 회복탄력성을 길러라!

회복탄력성이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고난과 역경, 실패나 좌절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환경에 적응하여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힘을 의미한다. 즉, 회복탄력성은 많은 사람이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기도 전에 포기하게 만드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적응적 능력으로, 경쟁이라는 굴레에서 강도 높은 훈련과 실패 등 고난과 역경에 필연적으로 노출되는 운동선수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심리적 자산이다.

회복탄력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고난과 역경 등의 부정적인 경험이나 생각을 개인이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긍정적인 경험이나 생각으로 전환하는 ‘관점 바꾸기’ 연습이 필요하다. 마주한 문제를 목표달성에 방해되는 것으로 생각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여기는 것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관점을 바꾸면 ‘물이 반밖에 없던 컵’이 ‘물이 반이나 차 있는 컵’이 되는 것처럼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되고, ‘역경’을 거꾸로 읽으면 ‘경력’이 된다. 이처럼 어떤 상황을 거꾸로 보면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오늘의 패배가 내일의 승리를 가져온다는 신념으로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이를 도약의 기회로 삼으며, 지금 힘든 훈련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의지로 고통 속에 숨겨진 장점을 찾아내는 관점 바꾸기 연습을 통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치며: 그릿! 만능열쇠인가?

그릿이 훌륭한 성공이론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 훌륭해도 끝까지 해내는 힘이 부족하면 탁월한 성취를 이룰 수 없다는 그릿의 교훈은 각자가 가진 재능 안에서 끈기와 열정을 발휘하기 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릿은 성공을 가져오는 만능열쇠가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릿을 모든 영역에 적용해야만 한다거나 단순히 노력만 지속하면 성공을 얻을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진정한 그릿은 자신에게 적합하고 의미 있는 영역에서 명확한 목표를 통해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해 나가는 힘을 의미하는 것이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그것을 포기하지 못한 채 시간과 에너지를낭비하는 무모한 끈질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하겠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126호에 게재된 기고문 입니다.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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