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미분양 쌓였는데'…때 이른 주택 공급부족론 왜?

나원식 입력 2023. 6. 5. 06: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택 인허가·착공 급감에 '2~3년 뒤 공급 부족' 우려
"침체기 자연스러운 흐름…지방은 공급 조절 필요"
"집값 급등기 대비해 서울·수도권 중심 공급 늘려야"

최근 국내 주택 시장에서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용어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단어인데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을 꺼리면서 인허가나 착공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2~3년 뒤 주택 공급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자칫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인데요.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는 미분양 물량이 급증해 우려의 시선을 받았는데요. 대구 등 일부 지방의 경우 주택 공급이 너무 많다는 얘기도 있었고요. 시장 침체에 애초 정부가 내놓은 공급 계획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와중에 벌써 나오는 공급 부족론은 정말 걱정해야 할 수준일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주택 공급 선행지표, 인허가·착공 '급감'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4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누계 기준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12만 3371가구로 지난해(16만 842가구)보다 2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 5년 평균과 비교하면 19.4% 줄어든 규모인데요.

전국의 주택 착공 실적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전국의 4월 누계 주택 착공 물량은 6만 7305가구로 전년(11만 8525가구)에 비해 43.2% 감소했습니다. 5년 평균에 비해서는 50.1% 감소한 규모인데요. 평년에 비하면 착공 실적이 반토막 난 셈입니다.

주택 인허가와 착공은 공급 측면의 선행 지표로 여겨집니다. 통상 주택은 착공 이후 2~3년 뒤, 인허가 이후엔 3~5년 뒤 공급되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향후 공급 주택이 부족해지면서 자칫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4월 누계 인허가 착공 물량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그런데 또 다른 지표인 미분양 데이터를 보면 헷갈립니다. 최근 몇달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 빈집이 쌓이고 있다는 건데요 이에 따라 정부도 애초 내놨던 임기 내 270만 가구 공급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습니다.

이런 와중에 공급 부족으로 인한 집값 자극 가능성이 부각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지난해와는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반등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관련 기사: [윤석열 부동산 1년]주택 공급 '기로'…270만 가구를 어쩌나(5월 10일)

이처럼 부동산 시장의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건설사들이 집을 짓지 않는다고 하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거로 풀이됩니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권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은데요. 당시 시장 안팎에서는 공급 부족을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일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겠냐는 겁니다.

"지방 미분양 소진 필요…서울은 급등기 대비해야"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립니다. 우선 이런 우려를 벌써 하기에는 다소 과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금 시장에는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빈집이 쌓여 있는 만큼 건설사들이 공급 속도를 늦추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래야 미분양 주택을 소진할 수 있게 되고, 시장 경착륙도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장 침체로 건설사들이 한동안 힘들었기 때문에 분양을 미루고 인허가와 착공 물량 역시 줄었던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줄줄이 분양에 나서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 시장이 회복되면서 자연스럽게 공급 물량이 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최근 몇 개월간의 인허가 및 착공 감소로 다소 공백이 있기는 하겠지만 아직은 지방에 미분양 주택 규모가 상당한 만큼 공급 부족을 걱정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당장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미리 준비할 필요는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지금은 시장 침체가 지속하고 있어서 정부가 자칫 주택 공급 사업에 느슨해질 수 있는데요. 하지만 향후 집값이 바닥을 찍고 올라갈 때는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겁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은 "건설사 입장에서는 지금 시장 상황에서 사업을 확대하지 않는 게 맞겠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단순히 침체기에 공급을 늘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미리 세워둔 공급 계획을 지속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공급 타이밍이 안 맞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향후 집값이 다시 오르더라도 공급이 부족하지는 않을 거라는 시그널을 정부가 지속해 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주택보급률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서울과 지방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방의 경우 미분양 주택이 쌓여 있으니 건설사들이 급하게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지적인데요. 지방에서는 당장 공급 물량이 줄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아직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많은 만큼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은 지금도 입주 물량이나 분양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재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는 사업장들이 조금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거나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주택 공급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