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2%p 눈앞… 기로의 韓銀, 기준금리 인상 끝?

박슬기 기자 2023. 6. 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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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 리포트-긴축열차 멈추나… 투자 방향키 어디①] 美 연준 6월 베이비스텝 유력… 시장은 동결에 희망

[편집자주]한국은행이 올 2월, 4월, 5월 등 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3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양국 간 금리 역전 차는 2%포인트로 확대된다. 국고채 3·5·10년 등 주요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 기준금리(3.50%)를 웃돌며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박스권 내에서 출렁이던 주식시장은 코스피가 2600선을 바라보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우려가 여전하다. 멈춰선 기준금리 시계에 투자 방향키는 어디로 전환해야 할까. 고금리 시대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정비해야 할 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임한별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한·미 금리차 2%p 눈앞… 기로의 韓銀, 기준금리 인상 끝?
② 美 금리 인상 마무리 국면, 채권투자에 쏠린 관심
③ 외인 올라탄 코스피, 반도체 활약에 '서머랠리' 온다
"저성장 기조로 추가 금리 인상은 무리수, 기준금리 3.50% 동결 불가피하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 높아 한국은행 역시 금리 인상 압박 받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 7월 예정인 기준금리 처리를 두고 시장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최근까지는 미 연준이 은행권 위기 등에 따른 금융권 불안 확산으로 금리 인상을 멈추고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좀처럼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연준 내에선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목소리가 커지며 6월 금리 추가 인상론에 무게추가 움직이고 있다.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 미국 기준금리(5.25~5.50%)가 한국(3.50%)보다 2%포인트 높아지는 만큼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 규모로 벌어지게 된다.

이 경우 달러와 달리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의 약세가 심화하고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이 우려돼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기준금리 동결에 희망 거는 증권가


증권가에선 한은 금통위가 오는 7월13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현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에 힘을 주고 있다. 사실상 기준금리 동결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머니S가 국내 금융투자사 소속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모두 한은 금통위가 올 7월에도 4회 연속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한은은 올 2월, 4월, 5월 등 3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특히 이들 중 절반(5명)은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나머지 4명은 올 4분기 한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며 적어도 연말 기준금리는 3.25%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의 경우 한은이 올 3분기부터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를 단행, 연말 기준금리가 3.00%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한·미 간 금리 차가 2%포인트에 이르더라도 한은이 무리하게 금리 인상을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성장률은 1%대 후반, 한국 성장률은 1.4%로 전망되는데 한국은 미국과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다른 만큼 한은은 올 11월 한 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라며 "1%대 저성장 속 올 6월부터 물가상승률이 2%대 후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한은이 굳이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유지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 중소은행들의 부실 문제로 연준 입장에서 추가 금리 인상은 상당히 부담될 것"이라며 "미 인플레이션은 올 2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기저 효과로 가파르게 떨어진 모습이었는데 올 3분기엔 소폭 반등 이후 내년까지 완만하게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는 만큼 미국과 한국은 현 기준금리 수준을 연말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준 6월 베이비스텝 가능성 63%


이 같은 증권가의 전망과는 달리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미 연준이 올 6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유력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행 역시 한·미 간 금리 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미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선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비해 여전히 높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4월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4% 상승했는데 이는 3월의 상승률(4.2%)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도 4.7% 올라 전월(4.6%)에 비해 더 올랐다. 근원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척도로 주시하는 지표로 미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대로 내려오질 못하고 4~5% 사이에 갇힌 모습이다.

민지희 연구원은 "연말 미국 근원 물가 상승률이 4%대를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연준 입장에선 5.50%까지 한 번 더 금리를 인상해 확실히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미 중소형 은행들의 부실이 확산하더라도 대형 은행이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연준은 일단 금융 안정보다 물가 안정에 치중하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5월31일 오전 0시 기준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6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을 63.1%로 봤다.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36.9%)보다 약 1.7배 높은 셈이다.

이후 페드워치는 지난 2일 오후 4시 기준으로 6월 금리 인상 확률을 22.8%로 낮춘 뒤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47.1%로 높혀 잡았다. 6월보다는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2%p 기준금리 차, 감당되나


이 같은 전망대로라면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2%포인트나 낮아져 역대 최대 차였던 1.75%포인트를 뛰어넘어 2.0%포인트가 된다.

그동안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미 간 금리 차가 확대되는 것과 관련,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지만 양국 금리 차가 벌어질 수록 원화 약세는 심화하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외국인 투자자금은 과거 세 차례 한·미 간 금리 역전기에도 오히려 순유입된 만큼 이번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순유출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한은의 반박이다.

하지만 이번 금리 역전기는 과거와 달리 미국과 한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랐고 역전 기간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과거 사례와 달리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한·미 금리가 역전된 지난해 7월 이후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은 빠져나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 4월까지 10개월 동안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은 19억1000만달러 순유출됐다.

직전 양국 금리 역전기인 2018년 3월~2020년 2월 중 초반 10개월을 떼어놓고 봐도 당시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93억8000만달러 순유입된 것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로 자금이탈이 일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킹달러(달러화 강세) 현상이 수그러들었지만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원화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9월27일(114.11) 고점을 찍었다가 최근 104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달러 인덱스는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통상 달러 가치가 낮아지면 원화값은 오르는데 올해는 달러 약세에도 원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이미 채권금리가 올 3월 중순 이후 두 달여 만에 기준금리를 상회하는 등 시장에선 금리 인상 가능성을 선반영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국고채 ▲3년물(연 3.560%) ▲5년물(연 3.582%) ▲10년물(연 3.651%)이 모두 기준금리를 상회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이 충분히 가라앉지 않은 점이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며 "미 연준과 한은 모두 연내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는 빠른 데다 물가 상승세가 완전히 제어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 역시 상당히 부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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