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모닝커피 퇴근길 간편식… 오늘도 ‘플라스틱 과소비’했다 [뉴스 투데이]

이민경 입력 2023. 6. 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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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세계 환경의 날… 어느 직장인의 하루
하루 총 20가지 플라스틱 50g 사용
“텀블러 세척하기 어려워 사용 안 해”
한국 1인당 연간 19.0㎏ 소비 ‘과도’
국제사회 ‘플라스틱 규제 협약’ 추진
정부 ‘전주기 탈플라스틱 대책’ 제안
환경단체 “생산 감축 내용 빠져” 지적

직장인 김경준(26)씨의 하루는 플라스틱으로 시작해서 플라스틱으로 끝난다. 2일 오전 8시 바쁜 출근길에도 김씨가 빼놓지 않는 건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다. 김씨는 음료가 담긴 플라스틱 컵과 빨대를 챙겨 회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되자 김씨는 회사 1층으로 내려와 주문한 배달 음식을 받았다. 김씨가 주문한 건 김치볶음밥. 업무가 바빠 오늘도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김씨는 자신의 책상 위에 포장된 음식을 하나씩 꺼냈다. 음식이 담긴 용기, 반찬통, 그리고 포장봉투까지 모두 플라스틱이다.
직장인 김경준씨가 2일 하루 동안 소비한 플라스틱의 양. 이민경 기자
점심이 끝나고 김씨는 또 한 번 커피를 사러 나간다. 책상 한쪽엔 먼지 쌓인 텀블러가 있다. “세척도 어렵고 가지고 다니는 것도 번거로워 텀블러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한 김씨는 이번에도 플라스틱 컵에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구매했다.

저녁 7시, 퇴근길에 저녁 식사를 고민하던 김씨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간단한 저녁 식사를 구매하고 장을 본 김씨의 손에는 여러 음식이 담긴 비닐봉투가 있다. 김씨가 구매한 물건을 살펴보니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이 나온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샌드위치, 투명 플라스틱 상자에 포장된 방울토마토와 달걀 등 다양하다. 그렇게 김씨는 하루 동안 총 20가지의 플라스틱 50여g을 소비했다. 플라스틱으로 시작해 플라스틱으로 끝난 김씨의 하루다.

매년 6월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1972년 6월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하나뿐인 지구’를 주제로 최초의 세계적인 환경 회의가 열린 것이 시작이다. 올해의 슬로건은 ‘플라스틱 오염 퇴치(Beat Plastic Pollution)’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1인당 연간 19.0㎏의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등 플라스틱 사용량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4일 환경 당국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발생하는 플라스틱은 4억3000만t에 달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인류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중 3분의 2는 금방 버려지는 쓰레기다. 이러한 쓰레기는 생태계, 야생동물 등 자연은 물론 환경을 오염시켜 인류의 먹이사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3월 발간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0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약 19.0㎏의 플라스틱을 소비했다. 생수 페트병 109개(1.6㎏), 일회용 플라스틱컵 102개(1.4㎏), 일회용 비닐봉투 533개(10.7㎏),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용기 568개(5.3㎏)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에 국제사회는 과도한 플라스틱 소비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고자 국제협약을 마련하기로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마련을 위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2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회의(INC2)가 열렸다. 이번 회의는 내년 말까지 총 5차까지 열릴 INC의 두 번째 회의였다. 이번 회의에선 플라스틱 전주기(life-cycle), 규제수단, 이행조치 등이 논의됐다. 한국 정부는 재생원료 및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성분해성 플라스틱 등 대체재 산업을 육성하는 ‘전주기 탈플라스틱 대책’ 등을 설명했다.
환경단체들은 반발했다. 회의 전 제출해야 하는 의견서에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재활용에 관한 내용만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마감 시한 또한 두 달을 넘긴 상태였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는 INC2 전 제출한 사전 의견서에서 플라스틱 생산량 절감과 재사용·리필을 담은 해결방안이 아닌 재활용과 바이오플라스틱에 치중된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마지막 제5차 INC를 개최하고자 하는 국가로서 그에 걸맞게 강력한 협약이 체결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계획이) 재활용 방안에만 초점을 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도 감축이 필요하다고 계속해서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계획은 완성된 계획이 아니며 내년 말까지 이어질 회의에서 내용을 구체화하고 플라스틱 생산에 대한 내용을 추가한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 회의인 INC3은 오는 11월 중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릴 예정이다. 마지막 회의는 내년 하반기 한국에서 개최된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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