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위기 대응 '해외 곡물 엘리베이터', 500억 금융지원에도 신청 '0건'

임용우 기자 입력 2023. 6. 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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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곡물 국내 반입 명령 수용 조건 금융지원 40여일간 공고
'기업 관심많다'했지만 정작 신청 기업 없어, 하반기 재공고 예정
밀밭 ⓒ News1 박영래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윤석열 정부가 글로벌 식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해외 곡물 엘리베이터'의 기업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곡물 엘리베이터'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민간의 관심이 높다고 지속적으로 밝혔던 사업이었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뜨겁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4월19일부터 5월31일까지 해외농업자원 개발사업자를 대상으로 해외 곡물 엘리베이터 지원 신청을 접수받았으나 단 한 건의 신청도 없었다.

'해외 곡물 엘리베이터'는 민간기업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곡물유통시설로, 쌀을 제외한 밀, 콩 등 주요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식량 위기 발발 시 안정적으로 해외 곡물을 반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쌀 다음 제2 주곡으로 꼽히는 밀은 소비량은 2021년 기준 1인당 연간소비량이 37㎏에 달하지만 자급률은 1.1%에 불과하다. 콩 역시 23.7% 수준으로 쌀(84.6%)에 비하면 크게 낮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자급률이 낮은 밀과 콩은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 중 하나로 연간 6000만~8000만톤의 곡물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우 전쟁 발발 이후 흑해가 봉쇄되며 한 달 만에 곡물가격지수는 17.1% 상승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를 위해 체결된 흑해곡물협정 이후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수출길이 막힐 우려가 나올 때마다 국제 밀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영향을 받으며 올해 1분기에만 밀가루 가격이 24.1% 오른 바 있다.

농식품부는 선정기업에게 5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연 이율 1.5%로 5년 거치 10년 상환 방식으로 제공하는 등 지원을 통해 해외 곡물 엘리베이터를 2개소에서 2027년 5개소까지 늘릴 예정이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2023.5.3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지원 자격에 확보한 자원의 국내 반입계획이 있으며, 비상 시 확보한 유통시설을 통해 곡물 자원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한 정부의 반입 명령 수용이 가능한 경우에 해당돼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국내 물가 안정을 해칠 수준의 식량 위기가 발발할 경우 지원을 받아 해외 곡물 엘리베이터를 마련한 기업은 정부의 반입 명령을 따라야 했던 셈이다.

다만 농식품부는 국내 반입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과 각종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외교적 해결 등도 약속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월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2027년 5개소까지 (해외 곡물 엘리베이터가) 확대되면, 현재 61만톤(전체 곡물 수입 물량의 3.5%)에 불과한 국내 기업을 통한 곡물 수입이 300만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라며 "식량 안보 차원에서 문제가 있으니 무조건 가져오라고 강제로 명령하되, 발생한 문제는 모두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하면 기업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초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과 하림 펜오션 등 기존에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에 해외 곡물 엘리베이터를 운영하고 있던 기업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금융지원에 신청하지 않았다.

업계는 미국, 호주 등에 해외 곡물 엘리베이터를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현지에서 마땅한 매물이 없어 신청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금융지원을 하겠다고 공고를 내놨지만, 업계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지원을 받으라고 한 셈이 됐다.

더욱이 기업들의 본거지인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곡물을 생산하는 만큼 유통, 가공 등 인프라도 마련하거나, 현지 업체를 섭외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업계 신청 의향은 물론, 해외의 곡물 엘리베이터 매물 여부 등 동향까지 살필 예정"이라며 "올해 하반기 중으로 다시 공고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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