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철야집회는 정당하지 않다

여론독자부 2023. 6.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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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의 1박 2일 서울 도심 '노숙 집회'를 계기로 철야집회에 대해 논란이 많다.

일각에서는 집회 자유의 헌법적 보장을 내세우지만, 다른 쪽에서는 시민들의 불편과 노숙집회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주변 시민들의 불편은 아랑곳없이 집회의 자유만을 내세운 것도,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벗어나 철야집회를 강행한 것도, 집회 자유의 정당한 행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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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경제]

지난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의 1박 2일 서울 도심 ‘노숙 집회’를 계기로 철야집회에 대해 논란이 많다. 일각에서는 집회 자유의 헌법적 보장을 내세우지만, 다른 쪽에서는 시민들의 불편과 노숙집회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철야집회에 앞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집회 자유의 성격이다. 헌법상 집회의 자유는 다수인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여 의사를 표현함으로써 개인적 의사표현보다 강력한 사회적 반향을 얻어내려는 집단적 의사표현의 자유다. 이는 기본적으로 소수자의 인권이다. 다수결로 움직이는 민주국가에서 소외된 소수자들의 강력한 항의의 표현 수단이 집회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집회의 자유는 반독재투쟁 수단으로 널리 활용돼 저항권 행사의 하나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에도 집회의 자유를 이렇게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집회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중요한 인권침해로 볼 지에 대해서도 견해의 대립이 있다. 집회의 자유를 강조하는 견해는 집회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은 응당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본다. 반면 집회로 인한 과도한 소음, 교통방해 등은 주거의 평온, 일반적 행동의 자유 등 다른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된다는 반론도 강력하다.

집회의 자유가 절대적 기본권이라는 환상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경찰의 집회금지 자체가 헌법상 금지되는 허가제라 비판한다. 그러나 다른 어떤 법익보다 우선하는 절대적 기본권은 없다.

경찰이 임의로 집회의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위헌이나, 집회와시위에관한법상 금지된 불법집회에 대해 집회금지를 통고하는 것은 정당한 법 집행이다. 특히 일몰 후 일출 전의 옥외집회를 금지하던 집시법 제10조가 무효가 된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이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특히 해가 짧은 동절기에 직장인이나 학생의 옥외집회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그 취지는 새벽 2~3시까지도 옥외집회를 허용하라는 뜻이 아니라, 일몰 후 적정시간까지는 옥외집회를 할 수 있게 국회가 집시법 제10조를 개정하라는 것이다. 만일 국회가 적시에 법을 개정했다면 건설노조의 철야집회는 그 자체로 불법집회임이 분명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철야집회는 정당하지 않다. 주변 시민들의 불편은 아랑곳없이 집회의 자유만을 내세운 것도,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벗어나 철야집회를 강행한 것도, 집회 자유의 정당한 행사가 아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심야 시간대 옥외집회금지조항을 도입하는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때늦은 감은 있으나, 이는 헌재 결정의 취지에 맞게 입법을 정상화하는 것이지, 집회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로 볼 수 없다.

다만 불법집회 전력 단체에 대한 집회 금지 방침은 헌법상 금지되는 허가제로 운영될 위험이 매우 크다. 관련 경찰청장의 발표는 불법집회 전력 단체의 집회에 대한 원천적 봉쇄가 아니라, 또 다른 불법집회를 강행하려는 구체적이고 명백한 정황이 포착된 때에 한해 금지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렇게 제한적으로 해석할 때에만 불법전력 단체에 대한 국가공권력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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