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해외서 '6조' 긁은 韓…소매지수 악화, 성장률도 끌어 내린다

김혜지 기자 2023. 6. 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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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열기에…카드 1장당 해외 사용액 5년 만에 최대
"국내 관광 日만큼 회복하면 성장 0.12%p↑…中만 보지 말자"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억눌렸던 해외 여행 수요가 본격화한 올해 1분기(1~3월),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쓴 카드 금액이 6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카드 1장당 국외에서 지출한 금액도 5년 만에 가장 큰 수준까지 불어났다.

이처럼 해외 유출된 소비를 국내 관광객 유치를 통해 대체하지 못한다면 올 경제 성장은 타격을 받게 된다.

문제는 최근 국내 관광객 회복률이 일본에 비해 10%포인트(p) 이상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점차 둔화하는 경기를 방어하려면 일본처럼 중국인만 아니라 다른 나라 관광객 또한 적극 유치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3월 국내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금액은 46억600만달러로 집계됐다.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무려 6조원이 넘는 금액을 나라 안이 아닌 바깥에서 소비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4분기보다 14.8% 늘고 지난해 1분기에 비해 50.3% 급증한 수치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분기(48.8억달러)와 비교하면 95%를 회복했다.

카드 1장당 국외에서 사용한 금액은 307달러로 한 분기 만에 7.7% 증가했다. 이는 2018년 1분기(334달러)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여행차 해외로 향하는 출국자 수가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나라 밖에서 지출하는 1인당 소비 금액까지 불어난 상황으로 추측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출국 내국인 수는 497만9000명으로 500만명 선에 바짝 근접했다. 지난해 4분기(320.8만명)에 비해 약 55% 확연히 늘었다.

(한은 제공)

반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예상만큼 회복되질 못하고 있다.

특히 이웃인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의 낮은 회복률이 눈에 띈다.

한국관광공사, 일본관광청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회복률은 우리나라보다 14%p 높은 66%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4월 중에도 외국인 관광객 수가 90만명을 기록하면서 코로나19 이전(2019년 4월)의 55% 수준에 그쳤다.

올 들어 중국인들이 해외여행을 기대만큼 많이 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해석이다.

반대로 일본은 3월 외국인 관광객 수가 4월 한국의 2배를 넘는 182만명에 달했다. 이는 중국인 관광객 회복이 우리나라와 똑같이 저조했음에도 한국이나 홍콩, 대만 등 다른 나라로부터 여행객이 밀려 들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한국은 일본을 찾은 관광객 회복률이 80%에 달해 일본으로선 여행수지가 쏠쏠한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자료사진) /뉴스1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쓰는 돈은 많아지는데 국내 관광 회복률은 미진한 현상은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부정적 요인이다.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 푼 지출 만큼 민간소비, 특히 서비스 소비가 제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통계청의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 4월 105.2로 한 달 전보다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2.3%) 이후 최대 폭 감소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매판매는 최근 내국인이 해외를 많이 나가는 추세가 반영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의 소비는 소매판매로 잡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방한 외국인의 소비 규모·구조를 고려해 분석한 결과, 올 경제 성장률은 우리나라 입국 관광객이 일본과 같은 속도로 회복하면 0.12%p 높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은의 올 성장률 전망치는 1.4%다.

해당 분석은 올해부터 내년까지의 외국인 입국자 수 전망 경로가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의 회복률 격차(14%p)만큼 매분기 상향 조정된다고 가정한 채 이뤄졌다.

거꾸로 보면 앞으로 일본과 엇비슷한 속도로 외국인 관광객이 회복되지 못할 경우 성장률 제고는 언감생심이라는 얘기다.

중국인 유입만 기다릴 게 아니라 관광객 유치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소속 남석모·이승호 과장과 유지원 조사역은 "경기 회복과 중국 리오프닝 파급 효과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경우 관련 서비스업 업황 개선을 통해 성장률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며 "중국뿐만 아니라 여타 국가로부터의 관광객 유치 노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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