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축구와 보험의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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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예능 TV프로그램인 '골 때리는 그녀들'을 즐겨 본다.
축구와 보험은 완전히 다른 세계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비슷한 운명이다.
네가지 점에서 축구와 보험은 평행이론이 적용된다.
아울러 축구와 보험은 세가지 키워드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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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도 공급·소비자 서로 밀당
단체성 기반 빌드업·압박·전환
공정·안전·편의 위해 규제 필수
피파 랭킹·보험 일본에 뒤처져
혁신과 도약 필요한 평행 운명
축구 예능 TV프로그램인 ‘골 때리는 그녀들’을 즐겨 본다. 처음 축구를 하는 선수들은 공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다. 하지만 열정과 연습으로 일취월장해 이젠 멋진 경기력을 보여준다. 축구와 보험은 무슨 관계일까. 축구와 보험은 완전히 다른 세계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비슷한 운명이다. 네가지 점에서 축구와 보험은 평행이론이 적용된다.
축구와 보험 모두 몸싸움이 심하다. 축구는 공을 차지하려고 상대를 압박하고 밀고 당긴다. 보험에서도 공급자와 소비자는 서로 밀고 당긴다.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회사와 소비자는 각자 이익을 위해서 몸싸움을 한다. 여기서 몸싸움이란 상대방 주장이 사실인지 검증하는 과정이다. 보험회사는 사고 현장에 없기 때문에 소비자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해야 한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계약 때 다 보장한다고 들었지만 보험금을 청구하면 깨알 같은 규정으로 거부당할 수 있다. 권익을 지키고자 눈을 부릅뜬다. 알 수 없는 정보 비대칭 때문에 보험은 민원이 많다. 축구에 반칙이 많은 것과 같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금융 민원 8만7113건 가운데 보험이 60%다. 보험 선진국이라는 영국은 계약 1000건당 불만이 9.4건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다. 민원은 반칙처럼 자연 발생적이다.
축구와 보험은 단체성이 중요하다. 메시가 축구황제인 이유는 10명의 탁월한 동료가 있어서다. 수비수 가운데 한명이라도 이탈하면 오프사이드 작전에 성공할 수 없다. 보험도 단체성이 기본이다. 다수 가입자가 있어야 평균 손실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1인은 만인을 위해, 만인은 1인을 위해’라는 구호는 가입자간 상호부조를 전제로 보험이 작동한다는 의미다. 이 금언은 축구에서 ‘개인은 팀을 위해, 팀은 개인을 위해’로 해석된다.
아울러 축구와 보험은 세가지 키워드를 공유한다. 축구는 빌드업(Build-up)·압박·전환이 핵심이다. 골키퍼를 시작으로 상대 진영으로 볼을 전개하는 빌드업, 상대 공격을 시작부터 방어하는 압박, 공을 잡았을 때 상대 빈 공간으로 파고드는 전환은 보험에 그대로 적용된다. 고객을 만나는 시점부터 판매로 연결하는 빌드업이 기본이다. 위험 징후가 발견되면 바로 그 지점부터 리스크 관리에 돌입하는 압박, 잠재 고객의 욕구가 발견되면 즉시 욕구를 충족하고자 파고드는 전환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은 빌드업을 잘 수행했지만 압박과 전환은 미흡했다. 보험도 그렇다. 영업 빌드업은 잘하지만 위험에 대한 압박, 잠재 고객의 욕구 충족 전환은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축구와 보험은 규칙이 중요하다. 공정성·안전성·편의성을 위해 규제는 필수다. 축구에서는 한명이라도 퇴장당하면 치명적이다. 반칙으로 프리킥을 허용하면 위험하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자본과 소비자 보호 규칙을 준수하지 못하면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축구에서 비디오판독시스템(VAR) 규칙이 중요해졌다. 지난해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벌인 경기에서 3골이 VAR로 취소되면서 결국 졌다. 새로운 규칙이 경기 승패를 갈랐다. 올해 보험회사에 회계규칙 국제회계기준17(IFRS17)과 자본규제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처음 적용된다. 부채 시가평가를 근간으로 한 이 규제는 순익 순위를 바꿀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축구와 보험의 현재는 어떤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은 27위, 일본은 20위이다. 축구는 일본에 역전당한 지 제법 오래다. 보험은 경쟁력이 아직 일본에 못 미친다. 축구와 보험, 혁신과 도약이 필요한 평행 운명이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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