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다가라 Boys”…당당한 여자로 변신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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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이자 배우 엄정화가 주연한 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극 중 차정숙은 의사면허는 있지만 결혼하면서 20년째 경력 단절 여성으로 살다 레지던트에 도전하며 남편의 불륜을 이겨내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간다는 내용으로, 많은 여성에게 공감을 얻었다.
특히 '다가라'는 '닥터 차정숙'처럼 한국 여성이 예전과 같이 남자한테 당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님을 보여주는 곡으로, 여성이 사회의 중심이 되고 있음을 알린 노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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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이자 배우 엄정화가 주연한 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극 중 차정숙은 의사면허는 있지만 결혼하면서 20년째 경력 단절 여성으로 살다 레지던트에 도전하며 남편의 불륜을 이겨내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간다는 내용으로, 많은 여성에게 공감을 얻었다.
엄정화는 현재 배우로서 인기 정상에 있지만 1990년대엔 최고 여가수로 통했다. 그는 노래 ‘눈동자’와 ‘하늘만 허락한 사랑’을 불러 주류 가요계에 진출하던 때만 해도 흔전만전한 솔로 여가수였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작곡가 주영훈을 만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주영훈이 지은 ‘배반의 장미’ ‘포이즌’ ‘페스티벌’ ‘다가라’가 모두 성공하며 댄스가수로서 정점에 섰다.
특히 ‘다가라’는 ‘닥터 차정숙’처럼 한국 여성이 예전과 같이 남자한테 당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님을 보여주는 곡으로, 여성이 사회의 중심이 되고 있음을 알린 노래이기도 하다.
“이제 맘 편해졌어. 누구도 사랑하지 않기로 한 거야./ 항상 상처뿐인데 구속 따윈 필요 없어. 이제부터 늦더라도 아무 부담 없어./ 애써 전화 보고 할 일도 없잖아. 누굴 만나든지 어디를 가든지 이젠 내 맘대로야./ 다가라 Hey Boys 다신 내 삶을 사랑이란 말로 가둬 두지마./ 다가라 Hey Guys 다신 내 눈에 그런 눈물 따윈 없을 테니까.”
2001년 나온 ‘다가라’는 헤어진 남자에게 더이상 미련이 없다고 말하며 매몰차게 돌아서는 내용이다. 지금이야 이런 여성 캐릭터가 특별하지 않지만 그 시절엔 달랐다. 이전까지 가요 속 여성은 돈 벌어 오겠다며 떠난 남자를 한없이 기다리다 체념하거나 남자에게 버려져 울부짖는, 소위 쉽게 상처받는 모습이었다. 여성은 가정·사회 생활 모든 곳에서 희생을 강요당했는데, ‘다가라’가 인기를 거둔 것을 보면 그때쯤 시대가 변했음을 알 수 있다.
2001년 세상 남자들에게 ‘다가라’고 외치던 엄정화는 2023년 경력 단절 여성으로 돌아와 집안 살림을 하며 남편·자식 걱정을 하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던 여자에서 당당한 여자로 변신한 것이다.
200년 역사의 미국 팝음악계에는 페미니스트의 찬가로 일컫는 노래가 있는데 바로 여가수 신디 로퍼가 1983년 발표한 ‘Girls just want to have fun(걸스 저스트 원트 투 해브 펀)’이다. 당시 신디 로퍼는 동네 중고매장에서 산 싸구려 장신구를 착용하고 노래하며 여성이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자”며 노래했고 이것이 오늘날 여성 찬가가 됐다. 엄정화도 훗날 여성 인권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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