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공개 후에도 얼굴 꽁꽁 싸맨 정유정…흉악범 머그샷 '보기 어렵네'

노경민 기자 2023. 6. 5.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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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9시6분께 20대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이 부산 동래경찰서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섰다.

하루 전날 경찰이 정유정의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지만, 정유정은 검은 벙거지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착용한 채 얼굴을 꽁꽁 싸맸다.

하지만 강력범죄 증가에 따라 범죄 예방과 알권리 차원에서 도입된 신상정보 공개의 취지를 살리려면 머그샷 등 피의자의 최근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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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적 사진인지 불분명한 신상공개 사진…신상공개 실효성 논란
피의자 동의 있어야 '머그샷 공개' 가능…국회서 개정안 발의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6.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지난 2일 오전 9시6분께 20대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이 부산 동래경찰서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섰다.

하루 전날 경찰이 정유정의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지만, 정유정은 검은 벙거지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착용한 채 얼굴을 꽁꽁 싸맸다.

포토라인부터 경찰 호송차에 탑승할 때까지 정유정의 아래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도 여럿 보도됐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신상공개 사진도 언제적 사진인지 불분명한 탓에 '신당역 살인 사건'의 전주환과 'n번방 사건'의 조주빈처럼 정유정의 현재 모습도 신상공개 사진과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심지어 정유정은 '커튼머리'로 얼굴을 싸맨 고유정과 같이 얼굴을 아예 감췄기 때문에 재판에 참석하지 않는 한 현재 모습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 때문에 구치소 구금 과정에서 이름표와 수인번호를 들고 촬영하는 '머그샷(피의자 사진공개)'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머그샷 공개가 어렵다. 현재까지 머그샷이 공개된 범죄자는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보복 살해한 이석준(26)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의 머그샷이 남아 있고, 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도 한때 머그샷 공개 여부에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그만큼 미국에서는 연방정보자유법에 따라 범죄의 종류, 피의자 국적과 상관 없이 머그샷 공개가 자유로운 편에 속한다.

일본도 강력범죄 피의자 얼굴 공개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자 신상이 기소 전에도 공공의 이해에 대한 필요성이 커 명예훼손죄의 성립 범위를 제한하는 편이다.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석준(25)의 신상정보. (서울경찰청 제공) 2021.12.14/뉴스1

왜 우리나라는 머그샷이 쉽지 않을까. 법무부 유권해석상 머그샷 공개 자체는 가능하지만, 피의자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현행법상으로도 어떤 사진을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어 과거에 찍었던 증명사진으로 대체하는 편이다. 피의자 허락 없이 머그샷을 무단으로 올리면 형법 제126조(피의사실공표)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과거 피의자가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을 함부로 촬영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의사실 공표죄, 명확하지 않는 공개 범위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머그샷 공개가 어려운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강력범죄 증가에 따라 범죄 예방과 알권리 차원에서 도입된 신상정보 공개의 취지를 살리려면 머그샷 등 피의자의 최근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국회에서도 피의자의 최근 얼굴을 공개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신상 공개가 결정된 시점으로부터 30일 이내의 모습을 공개하는 등 국민이 피의자를 식별할 수 있는 사진 공개를 명문화한다는 취지다. 이 법안은 지난달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피의자의 결정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피의자가 자신의 초췌한 몰골이 담긴 머그샷 공개를 동의하는 사례가 거의 없는 만큼 머그샷 공개 방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병호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재 머그샷 제도는 신상공개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보완적인 조치가 시급하다"며 "재범 위험성이나 흉악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머그샷을 적극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은 '신당역 살인 사건'의 전주환이 병원에서 호송되는 모습. 오른쪽은 신상정보 공개를 통한 전주환의 모습. ⓒ News1 DB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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