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대해부] 노다지로 떠오른 폐배터리 재활용

정재훤 기자 2023. 6.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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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비용 낮추고 환경오염도 방지
전기차 늘수록 폐배터리 시장 성장
배터리·소재·車회사 각각 선점 경쟁

대한민국의 반도체 신화를 이을 산업으로 2차전지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중국 제외)에서 국내 2차전지 빅3 업체의 점유율은 53%로 절반을 넘었다. K배터리의 위상은 배터리셀을 넘어 소재와 장비 등 2차전지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2030년 전기차 생산이 5400만대로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차전지를 놓고 ‘배터리 패권경쟁’을 펼치는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최근 2차전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폐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폐배터리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주요 원자재가 포함돼 있어 재활용하면 배터리 생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폐배터리에는 다양한 유해 물질이 있어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서도 재활용은 필수적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를 재활용하면 중국 원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곳에서 채굴 또는 가공한 배터리 핵심광물을 일정한 비율 이상 사용해야 세제 혜택을 준다. 이 비율은 올해 40%에서 시작해 2027년 80%까지 매년 10%포인트(p)씩 높아진다. 다가올 배터리 순환경제 시대에 대비해 기업들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 폐배터리 발생량, 향후 15년간 75배 증가

2차전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폐차 대수는 오는 2030년 411만대, 배터리 용량 기준으로는 338GWh(기가와트시)에 달할 전망이다. 폐차 대수는 점차 늘어나 오는 2040년에는 4227만대, 폐배터리 용량은 3339GWh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예상대로라면 폐배터리 용량은 2025년 44GWh에서 2040년까지 15년간 75배 넘게 많아지는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2차전지를 사용하는 전기차는 배터리의 종류뿐만 아니라 상태에 따라서도 성능이 크게 바뀐다. 배터리 잔존 수명이 초기 용량 대비 70~80% 정도 남았을 때부터 전기차는 주행 거리가 줄어들고, 충전 속도가 느려지며 빠르게 방전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기본적으로 충·방전 횟수를 기준으로 한다. 100% 충전 상태에서 0%까지 사용하는 것을 1회로 할 때, 일반적으로 500회 이상이 되면 수명이 다한 것으로 본다. 최초 생산 후 빠르면 5년 안에 수명이 끝날 수 있어 전기차가 대중화될수록 폐배터리도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배터리 리사이클링 개념도. /한국무역협회 제공

일반적으로 전기차에서 발생한 폐배터리를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 방법은 재사용(Reuse)과 재활용(Recycle)으로 나뉜다. 재사용은 잔존 용량이 높은 폐배터리의 팩을 일부 개조하거나 기존 팩을 그대로 수거한 뒤, 해체 및 안전 테스트를 거친 후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재사용되는 배터리는 성능이 60~80%인 경우 주로 발전소, 충전소 등에서 전력 보조장치로 사용되며, 20-60%인 경우에는 가정용 ESS(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

재활용(Recycle)은 수명이 다한 폐배터리를 셀 단위에서 분해해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기초 소재를 추출하는 것을 뜻한다. 산화리튬의 경우 광산에서 발견되는 최고 등급의 리튬 농도는 2~2.5%에 불과하나, 재활용을 통해 추출한 리튬의 농도는 이보다 4~5배 높아 고급 원료를 얻을 수 있다. 광산에서 광물을 캐는 것처럼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뽑아내는 것이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크게 전처리 공정과 후처리 공정으로 나뉜다. 전처리 공정은 배터리의 잔존 전력을 모두 방전시킨 뒤 물리적으로 파쇄해 다양한 자원이 뒤섞여 있는 검은색 가루(블랙파우더)를 제조하는 과정이다.

후처리 공정은 블랙파우더에서 다시 금속을 추출하는 과정으로, 방식에 따라 건식제련과 습식제련으로 구분된다. 건식제련은 고온의 열을 가해 녹인 뒤 각 금속의 고유 성질(무게, 자력, 특정 원소와의 화학적 결합 여부 등)을 이용해 분류하는 방식이다. 습식제련은 황산 등 강한 산성 용액(또는 염기성)을 사용해 블랙파우더에 있는 금속들을 반응시켜 화합물 상태로 만들고, 이를 수집한 뒤 다시 순수한 금속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대부분의 업체가 습식제련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금속 기준) 규모는 2030년 143만6000톤, 2040년 500만9000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금액 기준으로 환산하면 2030년 535억6900만달러(약 70조원), 2040년 1741억2000만달러(약 230조원)에 달한다.

그래픽=손민균

◇ 배터리·소재·완성차 업체도 폐배터리에 가세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재활용 기술을 확보한 전문 기업에 지분 투자를 하거나,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형태로 폐배터리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나 소재 업체도 폐배터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 성일하이텍의 3대 주주로, 지분 8.79%를 보유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지난 2008년부터 2차전지 재활용 사업을 신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SK온의 경우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12월 성일하이텍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올해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체 보유한 수산화리튬 회수 기술과 성일하이텍이 보유한 니켈·코발트·망간 회수기술을 결합해 오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첫 상업공장을 국내에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전기차 폐배터리 보관 창고에 비닐에 싸인 폐배터리들이 천장 높이까지 쌓여있다. /조선DB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1위 코발트 생산 업체 화유코발트와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회수한 금속을 다시 난징 배터리 생산공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를 통해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라이-사이클(Li-Cycle)’과 폐배터리 재활용 계약을 맺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은 라이-사이클 지분 2.6%를 확보한 상태다.

현대차도 작년에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으며, 자회사 현대글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고차 판매 사업을 시작한 현대글로비스가 전 세계 폐차장, 딜러점 등에서 폐배터리를 회수하고, 이를 ESS 등으로 재사용한다는 목표다. 또 수거한 배터리 중 양질의 폐배터리는 현대모비스가 재제조(remanufacturing)해 재사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에코프로는 지난 2020년 설립한 자회사 에코프로씨엔지를 통해 폐배터리 사업을 시작했다. 에코프로씨엔지는 주로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 등에서 폐배터리를 납품받고, 이를 재활용해 1만2000톤 규모의 광물을 추출하고 있다. 에코프로씨엔지는 지난 2021년 8000톤 규모의 공장을 준공했고, 2025년까지 추가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2배로 확대할 예정이다.

포스코(POSCO홀딩스)그룹도 지난 2021년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사 포스코HY클린메탈을 설립하면서 폐배터리 사업에 진출했다. 합작사는 광양에 공장을 짓고 지난 2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연간 1만2000톤의 블랙파우더를 처리할 수 있는데, 생산된 금속은 포스코퓨처엠이 다시 전구체 제조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의 전기차 배터리 팩.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비철금속 기업 고려아연과 영풍도 제련소를 운영하며 얻은 금속 회수 기술을 이용해 폐배터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려아연은 최근 미국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7월 미국의 폐가전제품 수거 업체 이그니오를 인수하면서 현지 수급처를 확보했고, 향후 배터리·완성차 업체들과 협력해 수급처를 늘리겠다는 목표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테스트하고 양산화를 마친 뒤 이를 미국 공장에서 활용한다는 목표다.

영풍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건식 제련 방식을 사용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파일럿(시험)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파일럿 공장은 연간 2000톤(전기차 8000대 분량)의 폐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다. 영풍은 2030년까지 증설을 통해 연 생산량을 70만톤까지 늘려 5조원 규모의 매출을 낸다는 계획이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1억4000만달러(약 1850억원)에 불과했으나, 2018~2025년 중 연평균 41.8%씩 성장하면서 2025년에는 22억8000만달러(약 3조200억원)까지 커질 예정이다. 오는 2040년 전기차를 포함한 전체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310억달러(약 41조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20일 ‘이차전지 국가전략회의’를 열고 오는 2030년까지 국내 2차전지가 100% 순환되는 시스템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간 기업이 자유롭게 사용후 전지를 거래하고 신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후 전지 관리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 2차전지 전 사이클의 이력을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무단 폐기나 사용을 방지하고, 사용 후 전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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