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밥값 6억원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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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식량자급의 밑바탕이 되는 농업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정말 농업을 중요시한다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농업이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은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의 역할과 중요성을 간과한 발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농업을 소홀히 한 결과,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1970년대 70%를 웃돌았지만 지금은 40%대로 곤두박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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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식량자급의 밑바탕이 되는 농업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정말 농업을 중요시한다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농업이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돈만 있으면 근처 마트나 식당에서 식료품을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세상이다보니 먹거리 중요성이나 우리 먹거리의 근간이 되는 농업의 귀중함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는 듯하다.
올초 쌀 자동시장격리제를 규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 논란이 많았다. 정치평론가로 명성을 쌓은 어느 교수는 개정안을 비판하며 쌀농사를 짓는 농촌 어르신을 지원하려고 헛돈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 말은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의 역할과 중요성을 간과한 발언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먹는 데 평생 얼마큼의 돈을 쓸까? 필자는 이런 궁금증에서 우리가 밥값에 지출하는 비용을 직접 계산해봤다. 한끼를 7000원으로 계산하고 매일 세끼를 80년 동안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한 사람당 약 6억원을 지출한다. 외식이 잦은 사람이라면 지출하는 비용이 더 커질 것이다. 동일한 방식으로 오늘 하루 우리 약 5000만명 국민이 먹는 데 지출하는 돈을 계산하면 1조500억원에 달한다. 기간을 1년으로 늘려서 계산하면 먹는 데 지출하는 돈만 1년에 383조원이 넘는다.
사람들은 흔히 “밥값을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필자 또한 학생들에게 “밥값 하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고 “가능하다면 혼자만의 밥값이 아닌 주변 사람들도 같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도록 밥값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보니 밥값의 무게가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우리가 평생 지출하는 돈을 놓고 봤을 때, 음식을 구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생각 이상으로 많고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농작물을 생산해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농업의 중요성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농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에 불과하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우리 농업의 위세는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 국가 예산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축소되는 양상이다. 2020년까지만 해도 국가 전체 예산에서 3% 이상을 유지하던 농업예산 비중은 2021년 사상 처음 2%대로 주저앉은 이후 계속 쪼그라들었다. 그러다보니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날이 지날수록 저조해졌다.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동하고 이에 따라 농업에 대한 관심도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도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농업은 국가 기간산업 가운데 하나로 그 중요성을 부정할 수 없으며, 특히 고용분야에서 큰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농가인구는 지난해 기준 216만명 정도인데, 이를 고려하면 농업이 200만명 이상의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농업은 국민의 밥상을 책임지고 식량안보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농업을 소홀히 한 결과,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1970년대 70%를 웃돌았지만 지금은 40%대로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곡물자급률은 80%대에서 20%대로 추락했다. 정부가 발표한 2021년 식량자급률은 44.4%, 곡물자급률은 20.9%에 불과하다. 유엔(UN·국제연합)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 가운데 3억명 이상이 위기 수준의 심각한 식량 부족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한다. 우리는 그나마 주곡인 쌀을 안정적으로 생산해 이런 위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기후변화 시대에 식량안보 측면에서 농업의 중요성과 역할을 다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우정 전남대 교수·기후변화대응농생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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