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유지에 무단으로 길 낸 마을 이장… 그 뒤엔 '땅 주인' 고위공무원

강지수 2023. 6. 5.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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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을 올리려고 마을 이장과 공모해 시유지를 훼손하며 진입로를 낸 시청 간부가 검찰에 적발됐다.

해당 간부는 마을 이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범행을 부인했지만 검찰 수사로 결국 덜미가 잡혔다.

검찰 관계자는 "지역 고위공직자 비리 사건으로 엄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안씨가 훼손된 시유지를 모두 원상복구한 점을 고려해 정식재판 대신 약식명령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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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지청,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 영주시 간부 기소
본인 소유 땅값 상승 위한 진입로 조성 여의치 않자
마을 이장 사주... 시유지에 무허가 농로 공사 지시
검찰, 압수수색 이후 마을 이장·공무원 자백받아
경북 영주시 간부 공무원 안모씨의 시유지 훼손 의혹 지역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 구글어스 캡쳐

땅값을 올리려고 마을 이장과 공모해 시유지를 훼손하며 진입로를 낸 시청 간부가 검찰에 적발됐다. 해당 간부는 마을 이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범행을 부인했지만 검찰 수사로 결국 덜미가 잡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검 안동지청(지청장 홍승표)은 지난달 31일 경북 영주시청 경제산업국장 안모(59)씨와 마을 이장 박모(62)씨를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안씨는 지난해 5월 박씨와 공모해 관청 허가 없이 영주시 소유 임야 152㎡를 훼손하며 자신이 소유한 토지로 이어지는 농로를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영주시 산림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위법 여부를 조사했지만, 박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났다. 이익을 본 토지 소유자가 안씨라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한 차례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게 전부였다. 안씨는 당시 "모든 것은 이장의 결정이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는 4급 고위공무원으로 산지 무단 훼손 감시 업무를 담당하는 특사경의 직속 상관이다. 박씨 역시 자신의 단독범행을 주장하며 안씨의 진술에 힘을 실어줬지만, "특사경이 직속 상관 눈치를 보며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는 비판이 영주시청 안팎에서 제기됐다.

결국 지난해 12월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박씨 휴대폰을 압수수색하면서 안씨의 연루 정황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안씨가 지난해 농로 공사가 진행될 때 박씨에게 "내가 돈 보냈다. 포클레인값"이라는 취지로 보낸 문자 메시지 등 휴대폰 포렌식 자료 속에서 이들의 공모 정황이 여럿 포착됐기 때문이다. 대금 60만 원이 실제로 건너간 사실도 확인됐다. 박씨는 자신이 받은 검찰 송치 결과 메시지를 안씨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검찰은 기지국 위치추적을 통해 농로 공사가 있던 지난해 5월 18~20일 안씨가 출근 전 공사 현장을 방문해 박씨를 만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이 물증을 제시하자, 박씨는 "오랜 지인 관계였던 안 국장의 사주가 있었다"는 사실을 검찰에 털어놨다.

안씨 역시 박씨가 자백하자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지가 상승을 바라고 인접지 소유자들에게 농로 조성 동의를 구했지만 실패하자,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시유지에 길을 내기로 마음먹었다고 실토한 것이다. 검찰은 다만 박씨에게 건네진 뒷돈은 없는 것으로 보고 추가 혐의를 적용하진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지역 고위공직자 비리 사건으로 엄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안씨가 훼손된 시유지를 모두 원상복구한 점을 고려해 정식재판 대신 약식명령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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