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보조금은 먼저 타 먹는 게 임자” 틀린 말 아니었다
최근 3년간 시민 단체가 수령한 국고 보조금 감사 결과 총 1865건에서 314억원의 부정·비리가 확인됐다. 소규모 사업은 제외하고 대형 사업 위주로 감사했는데도 이렇게 많았다. 서류를 조작해 보조금을 받은 후, 횡령하거나 사적 용도로 쓰는 등의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정부 보조금은 먼저 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민간단체에 대한 국고 보조금은 문재인 정부 5년간 급증했다. 2016년엔 2만2881개 단체에 총 3조5600억원이 지급됐던 것이 지난해에는 2만7215개 단체, 5조4500억원으로 대상과 금액이 모두 증가했다. 문 정부 5년간 국고 보조금이 연 평균 4000억원씩 늘어난 것이다.
보조금 지급이 급증했지만 어떤 이유인지 문 정부는 사후 관리에 뒷짐 지고 감시를 소홀히 했다. 한 단체는 일자리 사업 명목으로 3110만원을 지원받았는데, 이번에 감사를 해보니 강의실이나 컴퓨터, 상근 직원도 없는 가짜 단체였다. 단체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 시설과 기자재를 단체 소유로 허위 기재해 보조금을 타냈다. 해당 부처 담당 공무원이 한 번만 점검했어도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묻혀 있는 민족 영웅’을 발굴하겠다며 문 정부 때 6260만원을 지원받은 단체는 현재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강의 자료 작성자도 아닌 사람 이름으로 지급 한도의 3배 이상 원고료를 지원 받기도 했다. 보조금 선정 과정에서 문 정권과 밀착됐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국고 보조금을 이렇게 많은 단체에 지원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문제부터 시작해 선정 과정, 지원 체계, 관리 규정에 대한 전면적 점검에 나서야 한다. 보조금을 받는 단체에서 부정이 나올 경우, 담당 공무원이 책임지게 하는 시스템도 절실하다. ‘보조금 실명제’를 도입해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어떻게 운영 실태를 점검했는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조합에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의 흐름이 투명하게 공시되는 시스템을 추진 중인데 여기에 민간단체 보조금도 포함시켜 같은 맥락에서 다뤄야 한다. 단 1만원이라도 세금이 지원된다면 누구든지 돈의 용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심각한 부정을 저지른 단체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해 일벌백계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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