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문제는 뉴스제평위가 아니라 네이버·카카오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2023. 6. 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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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있는 뉴스 외면받고
저급·자극적 뉴스유통 악순환
시장지배적 포털에 책임 물어야
뉴스제휴평가위 해체보다
추천단체 정치편향성 극복해
보다 중립적 기구로 탈바꿈해야

포털과 뉴스 공급 계약(제휴로 통칭)을 맺는 언론사들을 심사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의 운영이 잠정 중단되었다. 사실상의 해체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하지만 언론의 미래가 달린 사안이다. 필자는 이 일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문제는 제평위가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News1

현시대 한국 사회의 뉴스 유통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포털에서 시작되고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사기업들의 이해는 가치 있는 저널리즘의 구현과 일치하지 않으며 심지어 그에 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포털은 저품질의 자극적인 뉴스 생산을 부추기고, 뉴스의 혁신을 제약하며, 기사 어뷰징(유사 기사의 반복 송고) 및 광고성 기사 생산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포털을 통해 뉴스를 내보내는 언론사 심사 업무를 대신 맡게 된 기구가 제평위다.

하지만 그 출범 단계부터 비판이 쏟아졌다. 사적 계약을 공적 기구에 맡긴 ‘듣도 보도 못한’ 기구라는 정체성 시비, 제휴 언론사 소속 언론인들의 위원 선임에 따른 불공정 논란, 지나치게 높은 신규 제휴 문턱, 논의 과정의 비공개 등이 그것이다. 최근 위원 추천 단체들이 추가되며 그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공세도 더해졌다.

위원 구성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선 필자도 공감하며 보완이 시급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 점이 다른 모든 비판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정체성 시비의 경우 다른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없던 선구적인 제도라는 말이 된다. 이해관계자란 이유로 언론계 사정에 밝은 현직 언론인들을 배제한다면 제대로 된 심사가 어렵게 될 것이다. 높은 신규 제휴 문턱 역시 극도로 혼탁한 언론 환경을 생각하면 불가피한 악역일 수 있다.

반복한다. 더 큰 문제는 제평위에 앞서 포털에 있다. 제평위는 포털의 들러리 조직에 머무를 것이란 통념을 깨고 나름의 존재감과 역할을 보여 주었다. 이 대안적 심사기구의 출범 이후 어뷰징 및 광고성 기사는 유의미하게 줄어든 것으로 보고된다. 제재 대상이 된 언론사들의 거친 반발 및 법적 대응 역시 이를 방증한다.

포털이 제휴 심사를 계속 맡았다면? 조심스러운 가정이지만, 제평위와는 달리 원칙보다는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두었을 개연성이 높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2021년 제평위는 기사형 광고를 남발한 연합뉴스에 제휴 등급 강등 제재를 가했다. 하지만 연합뉴스는 가처분 신청을 통해 포털에 복귀했다. 이에 제평위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본안 소송을 제기해 이 문제를 바로잡을 것을 촉구했지만 이들 사업자들은 소송에 나서지 않았다. 이후 유사한 가처분 신청과 소송이 줄을 이었고 제평위의 역할은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이는 포털과 언론의 관계에서 왜 전자는 급속히 성장한 반면 후자는 황폐화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제공한다. 포털과 같은 절대적인 시장 지배적 유통 사업자에 대해서는 지배력을 분산시키거나 영향력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무를 부여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포털 뉴스의 경우 이런 조치들 대신 그 운영 책임이 포털 스스로 정하는 정책, 즉 포털의 ‘선의’에 맡겨졌다.

이처럼 사업자의 선의에 의존하는 지배구조가 작동하는 방식 및 결과는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가치 있는 뉴스가 그에 상응하는 주목과 경제적 보상을 얻는 선순환 대신, 저급하고 자극적인 뉴스 생산·유통의 악순환이 자리 잡았고, 이 문제는 지금도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극심한 언론의 품질 및 신뢰 위기의 주인(主因)이 되고 있다.

그러기에 왜곡된 포털 뉴스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는 과제는 더 이상 미루어질 수 없다. 그 목표는 포털 뉴스의 저널리즘적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다.

제평위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일자 기다렸다는 듯 이 눈엣가시 같은 기구의 운영을 중단시킨 포털의 조치는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제평위를 사업자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중립적인 거버넌스 기구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노력이다. 이를 통해 제휴 심사 업무를 넘어 포털 뉴스의 수월성과 다원성을 제고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거버넌스 주체로 그 위상과 역할을 격상시켜야 한다. 기구의 명칭도 그에 맞게 변경하고 기구의 안정성과 독립성을 부여할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

포털 및 그 이익집단의 반발과 맹목적인 진영 정치 상황에서 쉽지 않은 과업이다. 하지만 포털에 종속된 언론을 되살리는 일이다. 시장과 권력으로부터 언론을 지켜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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