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프로들의 워너비-RV 트레일러

투어 비용을 아끼기 위해 RV 트레일러를 몰고 다니며 투어 생활을 하고 있는 라일리 레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PGA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은 매년 수십~수백억 원의 돈을 번다. 올해 이미 4승을 거둔 세계랭킹 1위 존 람(스페인)의 경우 투어 일정을 반도 소화하지 않은 현재 1400만 달러(약 186억원)가 넘는 상금을 벌어들였다. 수입의 절반 정도가 세금과 투어 비용으로 나간다고 하지만 골프채 하나로 일반 샐러리맨들이 꿈꿀 수 없는 거액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돈을 벌다 보니 몸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PGA투어에서 톱랭커로 발돋움한 선수들이 구입하길 희망하는 장비가 RV 트레일러다. ‘움직이는 체육관’으로 불리는 이 차량은 이동은 물론 대회장 근처에서 퍼스널 트레이너와 함께 몸을 단련하기 좋은 공간을 제공한다.

지난 2월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4년 만에 우승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RV 트레일러 마니아다. 이 차량에는 기본적인 운동 기구는 물론 적외선 사우나에 스팀 룸, 커피 머신까지 갖춰져 있다. 올해 42세로 지난 몇 년간 만성적인 목 통증으로 고생한 로즈는 RV 트레일러에서 경기 전 스트레칭을 통해 준비 시간을 갖고 라운드가 끝나면 회복 운동까지 한다.

조던 스피스도 RV 트레일러를 애용한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웨스트코스트 스윙이나 플로리다 지역에서 열리는 플로리다 스윙 때 RV 트레일러를 끌고 다닌다. 전용 운전사까지 고용한 스피스는 집에서 사용하는 매트리스를 차 안에 깔고 자며 아들의 장난감까지 가져다 놓아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최근 AT&T 바이런 넬슨에서 5년 만에 우승한 제이슨 데이(호주)도 RV 트레일러에서 운동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밖에 데이비스 러브 3세와 존 댈리, 지미 워커, 버바 왓슨도 모터 홈으로 불리는 RV 트레일러 마니아다. 왓슨은 지난 해 LIV 골프로 이적하며 RV 트레일러를 매각했다. 전 세계를 돌아다녀야 하는 일정 탓에 RV 트레일러 사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자 투어인 LPGA투어에서도 RV 트레일러에서 생활하는 선수가 있다. 라일리 레너는 투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어머니, 반려견과 함께 RV 트레일러를 타고 투어를 다닌다. 라일리는 RV 트레일러 옆에 간이 연습시설까지 설치한 채 스윙 연습을 한다. 라일리는 골프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길이 12.8m의 트레일러 안에는 침대 2개와 화장실 2개가 있어 사용하기 편리하다”며 “RV 트레일러를 이용하면 투어 비용이 절반 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sport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