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엄정화

기자 2023. 6. 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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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모두의 ‘언니’로 불리는 엄정화(사진)의 신인 시절은 보잘것없었다. 최진실의 매니저가 발굴하여 ‘신인 끼워팔기’를 한다는 오해도 샀다. 당대 최고를 구가하던 최진실의 그늘에서 컸던 셈이다. 그러나 오늘, 엄정화는 눈이 부시다.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는 물오른 연기를, tvN 예능프로그램 <댄스가수 유랑단>에서는 관능적 여가수의 면모를 보인다. 그를 ‘섹시퀸’의 자리에 올려놓은 ‘배반의 장미’는 지금 들어도 전혀 낡지 않았다.

“길어버린 머릴 자르고서/ 눈물 맺힌 나를 보았어/ 거울 속에 나는 이제까지 꿈을 꾼 듯해/ 왜 하필 나를 택했니/ …/ 기억하렴. 나의 서글픈 모습/ 새벽녘까지 잠 못 이루는 날들/ 이렇게 후회하는 내 모습이/ 나도 어리석어 보여.”

1997년 댄스음악 작곡가 주영훈의 곡으로 시계 초침 소리와 여성의 비명으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인상적이었다. 엄정화는 격렬한 춤과 풍부한 표정 연기로 무대를 휘어잡았다. 음악방송 1위와 연말 가요상을 휩쓴 건 당연했다.

“이제는 웃는 거야 스마일 어게인/ 행복한 순간이야 해피 데이즈”로 시작하는 ‘페스티발’과 “이젠 꿈에서라도 나를 찾지마/ 난 니 안에 없는 거야”라고 노래하는 ‘포이즌’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인상 깊은 건 연기자로서의 엄정화다. 농익은 연기력으로 드라마를 끌고 가면서 시청자를 울리고 웃긴다.

<댄스가수 유랑단>에서도 마찬가지다. 엄정화는 여전한 춤과 노래 솜씨로 무대를 휘젓는다. 다른 출연진 역시 우리가 그녀들에게 한 시대를 빚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히트곡을 열거하기도 힘든 김완선을 비롯하여 아시아의 별 보아, ‘텐미닛’으로 변치 않는 끼를 발산하는 이효리를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마치 ‘살아 있다면 춤을 춰라’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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