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숭이 셀카와 AI 저작권

유준근 미국 설리번앤드크롬웰 변호사 2023. 6.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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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생태계 사진가가 인도네시아 정글에서 멸종 위기에 있는 원숭이들이 직접 셀카를 찍을 수 있도록 사진기를 설치해 놓자, 원숭이들이 실제로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은 일이 있다. 이후 원숭이 셀카 사진을 위키피디아에서 게재하자, 이 사진가는 사진의 저작권이 자신에게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미국 저작권청은 오직 사람만이 저작권의 소유자가 될 수 있기에, 원숭이가 스스로 찍은 사진의 저작권은 없다고 해석했다.

원숭이가 사람이 아니어서 셀카 사진에 저작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된 콘텐츠는 어떨까.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을 이용해 제작된 만화에 대해서 미국 저작권청은 만화가가 이미지 및 대사의 선택, 조율 및 배열에 관해서는 저작권을 보유하나 생성된 이미지 자체에는 저작권이 없다고 올해 2월에 적시한 바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법률과 제도는 세계 각국에서 현재진행형으로 개발되는 중이다. 아직 체계적인 인공지능법이 입법된 선진국은 없다. 유럽연합에서 올해 법안 통과가 예상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올해 4월에야 뉴욕주 상원의원이 관련 연방법 초안을 회람하였다. 우리나라는 올해 2월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인공지능법안이 이에 해당한다.

인공지능의 능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만 관련 법규가 미비한 현재는 불확실성으로 야기되는 위험 요소가 상당하다. 미국에서는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액수의 집단소송이 챗GPT의 개발사인 OpenAI, 마이크로소프트, 깃허브 및 다른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사들을 상대로 제기된 바 있다. 소송의 근거도 저작권이나 다른 지재권 침해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차별금지법 위반 등으로 다양하다.

이러한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기업에서의 인공지능 사용 범위 및 빈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80% 이상의 사용자가 채용 절차에 인공지능을 이용하고 있으며, 팩트체크, 초안 작성, 코딩, 문서 요약 등의 업무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도가 점증하고 있다. 이러한 유용성의 이면에는 회사 기밀의 유출, 정확도 문제 및 법규 위반 가능성 등의 위험 요소가 상존한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사용하고자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최선의 방식은 무엇일까. 필자가 추천하는 바는 기업의 현실에 맞춘 내규를 제정하고,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임직원에게 교육을 제공하며, 준법감시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용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기업의 감독기능을 담당하는 이사회는 위험 관리를 위한 위원회를 지정하고, 해당 위원회 구성원들이 관련 위험 요소를 인지할 수 있도록 보고 체계를 확립하며, 감리 및 사이버 보안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이용하고, 경쟁사들의 성공과 실패를 벤치마킹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원숭이 셀카를 존재할 수 있게 해 주었던 사진가는 저작권 소송 패소 후 재정적인 곤경에 처하고, 사진 찍는 일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혁명적 발전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이 위험 요소의 관리에 소홀했을 때 비슷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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