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터치] 오늘 내가 만난 달걀은 난각번호 2번이다

박재숙 시인 2023. 6. 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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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숙 시인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의 심각성을 말한다. 비건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동물 해방 운동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느 날 동생이 가족 앞에서 비건을 선언했다. 그때 반응은 싸늘했다. “고기를 안 먹겠다고? 그러다 건강을 잃을 텐데 괜찮겠니? 왜 하필 비건이니?”를 묻는 가족에게, 동생은 “비좁은 우리 안에서 고통스럽게 살다가 도축되는 동물한테 미안해졌어. 세상을 위해 해준 일도 없는데 생명을 먹는 일을 멈추고자 해”라고 대답했다. 이에 가족은 “그게 얼마나 가겠니”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동생은 지금 10년째 비건을 실천하고 있다. 가족 모임이 있을 때 동생을 위한 비건 음식은 따로 만든다. 다소 불편함은 있지만 이제 가족은 동생의 비건을 인정하는 눈치다. 나는 요즘 동물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오랜 식습관을 한순간에 바꿀 수 있었던 동생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게 되었다. 갑자기 식습관을 바꾸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넓은 농장의 방사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동물복지를 환영한다는 것이다.

프린스턴대학교 인간가치센터에서 생명윤리를 가르치는 피터 싱어는 동물 해방을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인간과 다른 존재에게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피터 싱어는 ‘왜 비건인가?’에서 ‘축산업은 현재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하는데 이는 세계 모든 운송 수단의 배기관에서 나오는 배출량과 거의 비슷하다’ 또한 ‘과학자들은 다른 비인간 동물과 인간을 오랜 시간 같이 두면 코로나19가 인간에게 감염될 수 있는 유해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그러한 환경에서 일부 동물에게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비인간 숙주를 거치는 동안 빠르게 돌연변이를 일으켜 결국 인간 세포 수용기에 결합할 수 있는 능력을 얻어서 인간 숙주에 적응하게 된다’(128쪽)고 했다.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지난 3년이라는 힘든 시간을 견뎌왔다. 이러한 우려를 생각할 때, 앞으로 빈번히 발생할 유행병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돼지는 몸에 묻은 벌레들을 진흙 목욕을 통해 청결을 유지하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편하게 눕지도 못할 정도로 비좁은 철제 칸막이 안에서,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쌓인 똥과 오줌을 몸에 덕지덕지 바를 수밖에 없다. 몸은 나이보다 비대해지고 질식할 것 같은 암모니아 냄새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제대로 살지도 못하고 도축장으로 옮겨져 몸이 잘려 나간다. 그리고 부위별로 포장돼 인간의 식탁 위에 오른다. 이것은 인간 중심의 세상이 만들어 낸 비인간 동물에 대한 폭력이다.

나는 비건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동물이 적절한 사육 환경과 건강한 음식을 먹고 넓은 농장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랄 뿐이다. 이것은 돼지 소 닭 등 다양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행복과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건강하고 행복한 동물은 더 맛있고 더 좋은 품질의 가죽을 만들어 낸다. 공장식 축산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의 핵심은 바로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이로움을 전달하고자 한다. 각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요즘,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다.


나는 오늘 강원 홍천 여행길에서 자연 방사와 자연 곡물로 키워낸 닭에게서 얻은 달걀 한 판을 샀다. 닭의 습성에 맞춰 온도와 습도가 자동 조절되는, 위생적이고 자유로운 실내 방사장에서, 친환경 동물복지를 만들어 가는 시스템으로 얻은 것이다. 평당 약 6마리 암탉과 수탉이 함께 스트레스 없는 환경에서 얻은, 요즘 주부들이 많이 찾는 난각번호 2번 친환경 달걀을 매달 배달받기로 했다. ‘국가관리 인증 및 획득 현황’이 찍혀 있어 더욱 믿음이 간다. 우리가 행복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자연친화적인 제품의 적극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동물복지를 실천하는 작은 행동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공장식 축산 시스템의 자리가 위축될 것이다. 동물에 대한 올바른 관심과 사랑으로 우리의 건강과 지구 환경까지 지킬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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