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부산금융중심지 사업 15년을 돌아보며

정영석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 2023. 6. 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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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석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

2008년 부산시가 ‘미래 부산 발전 10대 비전’ 중 하나로 ‘부산 금융중심지 조성사업’을 시작한 지 15년이 흘렀다. 2009년 정부가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함에 따라 금융허브로 조성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부산시는 해양 특화 금융기능을 가진 금융 클러스터 조성을 목표로 금융중심지 조성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건립을 시작으로 BNK 기술보증기금 한국거래소가 들어섰고,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예탁결제원 대한주택보증 등 금융공기업이 BIFC에 입주하는 등 외형상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이번 정부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공식화하는 등 제도적으로는 금융 중심지 조성에 필요한 모든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 부산시는 올해 BIFC 3단계 착공으로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영국 지옌사의 GFCI 평가순위가 2년 전 51위(2020년 3월)에서 29위(2022년 9월)로 급상승하는 등 국제적 인지도도 높아졌다. 세계적 해양도시인 부산이 해양금융 특화금융 중심지를 지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난 15년간 별다른 성과 없이 해외금융기관 유치에만 목을 매달고 있는 점은 짚어볼 문제다. 이같은 방식으로 국제금융중심지 정책을 추진해서는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오기 어렵다.

부산시가 금융중심지 정책을 추진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한국의 제2 도시, 1500개 해양도시 중 11위의 세계적인 해양도시에 걸맞은 금융거래가 이루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청년들이 선호하는 고급 일자리를 창출해 글로벌 도시로 발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의 금융중심지 육성 지원을 바탕으로 민간 영역에서의 금융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이는 도시를 만들어야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민간 영역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데, 정부와 부산시가 해외 금융기업의 유치에 목을 맨다고 해서 그 성과가 나오기는 불가능하다.

부산시가 특화금융으로 추진하는 해양금융은 선박거래 해운거래가 부산을 중심으로 실질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면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국가별 수출입 순위가 세계 6위(2022년 기준), 지배선대 세계 7위의 해운국이면서 선박건조량도 세계 1, 2위를 다투지만, 선박건조계약·선박매매계약·용선계약이 영국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대부분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 거래에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해양금융거래도 대부분 이들 국가에서 이루어진다. 해운·조선산업은 선주와 조선소, 선주와 화주 사이에서 브로커의 중개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필요한 자금의 차입도 금융브로커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또 거래 이후 수반되는 각종 해상보험계약도 해상보험브로커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10여 년 전에 필자와 대화하던 세계적인 해운브로커 중 한 사람은 부산에서 해운거래소 설치와 해양금융중심지를 추진한다는 필자의 얘기를 듣고 거래도 없는데 그게 성공하겠느냐는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했다. 상인 입장에서는 거래가 없는 곳에 해운거래소만 설치한다고 옮겨오지 않을 것이라는 당연한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달리 표현하면 선박건조계약·선박매매계약·용선계약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부수적인 금융거래가 활성화된다면 해외 금융기업들도 거래가 이루어지는 부산으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도 된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 무역과 세계 7위 해운산업이 뒷받침이 되고 있어서 이미 세계적인 해상보험브로커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또 세계 1, 2위의 선박 수출국이라는 점에서도 해운과 조선거래를 부산으로 활성화시키도록 중개산업을 활성화한다면 충분히 해양금융중심지로의 발전도 기대해 볼 만하다. 공정거래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부산시와 시 산하공공기관에서라도 부산에 본사를 두고 부산에서 세금을 내고 활동하는 금융브로커나 BNK와 같은 금융기업에 입찰에서 가점을 주는 방법도 금융기업 유치에 실질적인 유인책이 되지 않을까 검토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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