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123] 6월의 밤(June Night)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입력 2023. 6. 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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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6월의 밤(June Night)

오 대지여, 너는 오늘밤 너무 사랑스러워

비의 향기가 여기저기 떠돌고 멀리

바다의 깊은 목소리가 땅에게 말을 걸고 있는데

내 어떻게 잠들 수 있으리오?

오 대지여, 너는 내게 모든 것을 주었지,

널 사랑해, 사랑해--오 나는 무엇을 가졌나?

너의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내가 줄 수 있는 건-

내가 죽은 뒤 나의 육신밖에 없네.

-사라 티즈데일(Sara Teasdale, 1884~1933)

가슴을 찌르는 마지막 행이 없다면 그렇고 그런 밋밋한 시가 되었을 텐데, 역시 사라 티즈데일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아말휘의 밤 노래(Night Song at Amalfi)’를 읽은 뒤 그녀의 시에 매료되어 아말휘 바닷가를 찾아갔던 젊은 날이 떠오른다. 사라 티즈데일도 나처럼 바닷가를 좋아했고, 여행을 좋아했고, 사랑과 죽음에 사로잡힌 생애를 살았다.

“오 대지여”가 두 번 나오고 6행의 “사랑해” 뒤에 또 “오(oh)”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그녀는 감탄사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자기 고백적인 시를 많이 썼다.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의 어느 날, 아름다운 6월의 밤에 이탈리아든 어디든 바닷가를 여행하다 “땅에게 말을 걸고 있는” 바다의 깊은 목소리, 파도 소리를 듣고 잠을 못 이루며 이 시를 착상했으리라. 비의 향기를 맡고 자연의 소리에서 죽음을 떠올린 그 비극적인 세계관에서 오래오래 사랑받을 명시들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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