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정 공무원 힘들게 하는 정치인의 ‘소각장 선심’

경기일보 2023. 6. 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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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가 새로운 소각장 건설에 나선다. 광역화 포기와 단독 추진은 이미 밝혔던 방향이다. 이를 구체화하는 공고가 나왔다. 생활폐기물 500t, 음식물폐기물 240t, 재활용 200t, 대형 폐기물 50t을 기준 삼는다. 사업부지는 모두 10만㎡다. 소각장, 음식물폐기물 처리시설, 재활용품 선별시설, 대형폐기물 처리시설 등이 들어선다.

입지 선정 기준도 설명하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희망하고, 주거지와 격리돼 있어야 하고, 차량 진출입이 쉬우면서도 혼잡이 적어야 하고, 토지이용계획 제한도 많지 않아야 한다는 등이다. 대체로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기준이다. 이와 달리 눈에 띄는 기준 하나가 설명되고 있다. 최단기간 조성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는 이유를 환경부 자원순환정책 대전환 시급성을 고려한 기준이라고 했다.

‘소각장 건립에 대한 정부 새 방향이 시작되기 전 완료’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소각장 행정은 안 그래도 어려운 영역이다. 대표적인 기피시설로 입지 선정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서둘러서도 안 되고 서두를 수도 없는 문제다. 그런데 ‘빨리 짓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는 부천시 소각장 행정에서 그럴 이유를 본다. 정치가 훼방 놓아온 작금의 이력 때문이다.

2020년 총선에 불거졌다. 계양테크노밸리에 자체 소각장이 계획됐었다. 첨단산업단지와 1만7천세대 규모 신도시였다. 그런데 선거를 즈음해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 때마침 출마한 여권 중진 의원이 이를 덥석 받았다. 인접한 부천에 광역 소각장에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선거 기간 며칠에 결정할 일이 아닌데 그렇게 해버렸다. 그 영향이 결국 ‘시급성을 다투는’ 현재 부천 단독 소각장 배경이다.

수도권 폐기물 처리는 한계에 왔다. 거의 모든 지자체 공통의 문제가 소각장 이전 신설 증설이다. 바꿔 얘기하면 모든 선거구의 이슈다. 이걸 정치권이 그대로 접수한다. ‘백지화하겠다’ ‘이전시키겠다’ ‘중단시키겠다’고 약속한다. 그래 놓고 당선되면 손 놓는다. 뒤처리는 행정이 떠안는다. 그러면 다시 선거철이고, 다시 들쑤셔 놓는다. 소각장 공사기간은 짧아도 5년이다. 4년 임기 총선에 계속 휘둘릴 구조다.

총선이 열 달 앞이다. 또 얼마나 많은 후보가 소각장 표장사를 하겠나. 이전, 백지화, 중단의 거짓말을 또 얼마나 해댈 것인가. 부천이 아니라 경기·인천 모든 지역구가 걱정이다. ‘소각장 관련 공약 금지령’을 내릴 수도 없는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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