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4. 속옷 벗고 활보한 남성 20대 여대생 폭행

신재훈 2023. 6. 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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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하늘에 날벼락… 평범한 일상 무너트린 묻지마 범죄
군복 입은 남성, 길 가던 여대생 폭행
이후 하의 모두 벗은채 활보 인사불성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 ‘충격’
춘천 중부지구대 경찰관 현장서 검거
“술 취해 기억안나” 범행동기 미궁 빠져
묻지마 폭행에 대학가 학생들 불안 호소
피해자 극심한 정신적 충격에 일상 파괴

지난 4월 27일 오전 1시36분. 강원대 후문 골목가가 술렁였다. 군복을 입은 20대 A씨가 지나가던 여성을 폭행, 경찰이 출동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A씨는 범행 당시 하의를 모두 벗고 신발도 신지 않은 상태였다.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던 것으로 드러나 대학가는 ‘묻지마 범죄’ 공포에 휩싸였다.

 

▲ 지난 4월 27일 오전 1시 36분쯤 지나가던 여성을 술에 취한채 폭행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무작정 나와 주먹 휘둘러

“길을 가는데, 군복을 입은 사람이 갑자기 다가와서 때렸습니다. 너무 아파요.”

지난 4월 27일 오전 1시36분쯤. 경찰차 2대와 구급차 1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강원대 후문 골목길로 들어섰다. 이보다 조금 앞선 시간 경찰에는 “지나가던 사람이 20대 여성을 폭행했다”는 신고가 들어온 상태였다.

경찰차에서 내린 춘천경찰서 중부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군복을 입은 A(22)씨에게 다가갔다. A씨는 하의를 모두 벗고 신발도 신지 않은 상태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기자가 A씨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알코올 냄새가 코를 찔렀다. 당시 A씨는 폭행 이후 범행을 저지른 장소에서 약 100m 떨어진 인근 횡단보도까지 속옷도 입지 않은 상태로 뛰어갔다.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A씨는 폭행 이후 속옷을 벗은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장면이 찍힌 CCTV 등을 보면 A씨는 술에 취한 채 바지를 입지 않은 상태로 한 골목에서 불쑥 튀어나가 B씨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B씨가 비틀거리면서 쓰러졌지만 A씨는 쓰러진 B씨에게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지만 그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A씨가 만취 상태로 바닥에 토사물까지 뱉는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 또 피의사실을 조사하는 와중에도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져 결국 한참을 기다리던 경찰은 신원만 파악하고 폭행혐의로 현행범 체포 후 춘천경찰서 형사과에 이관할 계획을 세웠다.

당시 현장에서 경찰이 B씨에게 당시 상황묘사를 부탁하자 B씨는 “군복을 입은 남성이 (하의를 입지 않은 채) 옆에 앉아 있어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가와서는 팔을 때렸다”며 “손목이 너무 아프다”고 울먹였다. 폭행을 당한 B씨는 큰 충격을 받았는지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사건 현장을 목격한 한 남성은 “이 사람 말고도 (A씨가)다른 사람을 더 때렸다. 정말 황당한 일을 겪어본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도와주세요”라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서 봤더니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이모(29)씨는 “하반신 노출상태로 남성이 돌아다녀 처음에는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저쪽에서 여성이 앉아 울고 있었다”며 “전혀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 폭행 등의 혐의로 춘천경찰서 유치장에 감금했다. 조사를 하려고 했으나 A씨가 지나친 만취 상태로 오전 시간 중 사실상 조사는 불가했다. 조사는 당일 오후가 돼서야 이뤄졌다.

대학가 마약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A씨의 기행에 마약 투약을 의심한 경찰은 A씨를 상대로 간이 마약검사도 진행했지만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B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동기 역시 뚜렷하지 않다. A씨는 조사과정에서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의를 입지 않은 채 대학가 일대를 돌아다녔지만 공연음란죄 혐의는 미적용됐다. 경찰은 A씨를 폭행 혐의로만 조사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음란행위를 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등의 행위가 있어야 공연음란죄가 적용된다”며 “단순 노출은 정신적으로 질환이 있는 사람이 행할 수도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근 대학가 학생들은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폭행에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2021년에도 이번 사건장소 인근에서 술에 취한 남성이 묻지마 폭행을 하는 등 비슷한 사건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어서다. 2021년 당시에도 강원대 후문 인근에서 20대 남성이 또 다른 20대 남성 C씨를 골목길로 끌고 가 얼굴 등을 수차례 때리고 달아났다. 폭행으로 C씨는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고 피의자는 화천에서 검거됐다.

이번 폭행사건으로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대학생 진모씨는 “피해자와 건너 아는 사이라 대략적인 소식을 들었는데 당시의 충격으로 굉장히 힘들어 하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사태의 심각성과 두려웠을 마음이 느껴져 대부분의 학생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신재훈 eric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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