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에 번쩍, 서에 번쩍, 앞에 번쩍, 뒤에 번쩍… SSG의 살림꾼이 빛이 되는 방법

김태우 기자 2023. 6. 4.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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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이 필요한 곳에 반드시 존재하고 있는 SSG 김성현 ⓒSSG랜더스
▲ 김성현은 다양한 수비 포지션 소화, 클러치 상황에서의 좋은 모습으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있을 때는 별로 빛이 나지 않지만, 막상 없으면 허전하거나 팀의 구상이 완전히 꼬이는 경우들이 있다. SSG에서는 베테랑 내야수가 김성현(36)이 그런 선수다. 확고부동한 주전은 아니다. 그러나 없으면 야수 기용 구상이 완성될 수 없다.

한때 팀의 주전 유격수, 팀의 주전 2루수로 뛰었던 김성현은 이제 주전보다는 백업의 임무에 가깝다. 유격수 자리에는 박성한이 나와 지난 2년간 대활약을 펼쳤다. 2루 자리에는 2021년 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로 영입한 최주환이 있다. 최주환이 올해 벌써 두 자릿수 홈런을 치는 등 맹활약하며 김성현은 주전보다는 백업으로 뛰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현은 매일 1군 더그아웃과 경기에 모습을 비추는 선수다. 지난해에도 1군 190일에 있었고, 올해도 개막 엔트리에서 포함된 뒤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1군에 머물고 있다. 이미 시즌 전부터 예고된 일이기도 했다. 김원형 SSG 감독은 플로리다 캠프 당시 팀의 개막 엔트리 내야 구성을 묻자 손가락을 접어 보였다. 주전 선수들의 이름이 다 지나간 뒤, 다섯 번째 손가락이 바로 김성현이었다. 그만큼 믿음이 확고하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선수지만 그 어려운 시기를 겪으며 더 단단해졌다. 이제는 베테랑의 여유도 보인다. 확고한 주전 선수는 아니라 경기 내내 빛이 나는 건 아니지만, 경기의 어느 시점에서는 반드시 그 가치가 환하게 빛나는 선수가 김성현이다.

수비 포지션을 여러 가지 소화할 수 있다. 급할 때 벤치가 가장 먼저 찾는 선수다. 경험이 많은 유격수와 2루수는 물론, 최근에는 3루수까지 소화하고 있다. 또 필요할 때는 한 방도 치며 팀 타선에 활력소를 불어넣는다. 올해 40경기에 나가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다. 2루수든, 유격수든, 3루수든, 선발로 나가든, 대타로 나가든, 대수비로 나가든 일정 수준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1일부터 2일까지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과 시리즈에서는 김성현의 가치가 누구보다 환하게 빛났다. 1일 경기에서는 키움 선발 최원태의 퍼펙트 행진에 제동을 걸었고, 좋은 수비에 이어 끝내기 안타로 화려하게 빛났다. 2일에도 팀의 끝내기 승리에 공헌하는 안타와 끝내기 득점 주자가 되는 등 이틀 연속 승부처를 지배하기도 했다. 선발 출전을 하는 날은 뭔가 하나씩 해주는 모습으로 벤치의 신뢰를 얻고 있다.

▲ 김성현은 SSG 내야에서 언제든지 어느 포지션에나 호출할 수 있는 살림꾼이다
▲ 김성현은 더그아웃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선수다 ⓒSSG랜더스

좀처럼 부상이 없는 ‘철강왕’의 이미지가 있지만, 김성현도 이제는 가끔은 체력 안배를 해줘야 할 30대 중반의 베테랑이 됐다. 김원형 SSG 감독도 이를 인정한다. 다만 김성현의 태도에 대해 고마워했다. 팀의 주전 선수들은 백업으로서의 임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을 생각하는 것이다. 불만이 안팎으로 표출되면 팀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 하지만 김성현은 전혀 그런 게 없다는 게 김원형 감독의 흐뭇한 미소다.

김 감독은 4일 인천 키움전을 앞두고 “김성현이나 김강민이나 주전을 했던 선수들이 스스로 한발 물러서면서 백업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한다. 그런 느낌이나 그런 이야기를 해주면 내 입장에서는 너무 고맙고, 또 때로는 더 챙겨주고 싶다”면서 “고참으로서 백업을 할 때 본인이 인정하지 않으면 때로는 참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그런 점에 있어서 고참들이 티를 안 내면 코칭스태프와 마찰도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다”고 고마워했다.

선수가 빛을 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김성현은 후배들에게 이렇게도 빛이 나고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2일 키움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뒤 세리머니는 뭔가 의미심장하다. 선임급이든 신인급이든 야수든 투수든 모든 선수들이 달려나가 진심어린 축하를 해주고 있었다. 김성현의 선한 가치가 이미 팀 후배들에게는 큰 귀감이 되고, 이 선수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도 잘 보여주고 있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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