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비행, ‘연료’에 달렸다

노도현 기자 2023. 6. 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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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2050 탄소중립’ 가속
동·식물성 기름 등으로 만든 연료 ‘SAF’ 비중 확대, 현시점 최적의 대안
EU·일본 의무 사용 늘리고 미국 공급 확대…국내는 아직 관련 규정 ‘무’

매출액 기준으로 전 세계 1위를 달리는 미국 델타항공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국 소비자들에게 집단소송을 당했다.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고객을 기만했다는 이유였다.

2020년 델타항공은 10억달러를 투자해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항공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델타항공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처럼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탄소배출권을 사들여 일부 ‘상쇄’하는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탄소 상쇄는 삼림복원 등 녹색사업을 통해 감축된 탄소의 양만큼 배출권을 사들이는 방식을 말한다. 탄소 저감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이번 사례는 기후위기 속에서 항공산업의 탄소감축이 얼마나 중요한 의제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항공 부문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2.5%를 차지하지만 비행운, 수증기 등으로 인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항공사 단체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까지 항공사들의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21년부터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기준선을 초과 배출한 항공사는 없었다. 최근 국제선 운항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면서 내년부터는 상쇄 의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탄소중립을 위한 방안으로는 SAF 비중 확대, 노후항공기 교체, 전기·수소항공기 개발 등이 있다.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건 SAF다. SAF는 화석 자원이 아닌 동물·식물성 기름, 생활 폐기물 등으로 만든 바이오연료다.

SAF는 원료 수급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 걸쳐 탄소 배출량을 기존 항공유보다 최대 80% 줄일 수 있다. 가격이 3배가량 높다는 게 주요 장벽이다.

각국은 SAF 사용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항공유 공급사가 SAF를 반드시 2% 이상 섞고, 2050년까지 70% 비율로 끌어올리도록 했다. 미국은 2050년까지 항공유 수요의 100%를 충족할 수 있는 SAF 공급을 목표로 정했다. 일본은 2030년까지 항공유 중 10%를 SAF로 대체할 방침이다.

또 다른 대안인 전기·소수항공기는 갈 길이 멀다. 전기항공기의 경우 현재 기술로는 배터리 무게가 너무 무겁다. 수소항공기는 수소 저장 기술 미비 등이 걸림돌이다.

김재훈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항공분야 탄소 감축은 SAF가 핵심”이라며 “2060년에도 SAF가 전체 항공분야 온실가스 감축 수단의 70%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의 SAF 도입 움직임은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초보 단계다. 석유사업법은 바이오디젤·바이오중유·바이오가스·바이오에탄올 등 4가지만 석유 대체연료로 규정하고 있다.

관련 제도와 정책이 미비해 안정적인 원료 수급망이 갖춰지지 않고 경제성도 떨어지다 보니 기술 역시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해외에서 바이오연료 생산·보급 시 세제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국내에선 대한항공이 지난해 2월부터 파리~인천 노선에 SAF를 혼합해 사용하는 게 전부다. 이마저도 국내에는 규정이 없어 파리에서 인천으로 떠나는 항공기에서만 쓴다.

정부는 석유사업법 개정과 실증, 품질기준 마련 등을 통해 2026년 SAF 상용화를 계획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 항공사, 정유사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 논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말 ‘항공분야 탄소감축 로드맵’을 발표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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