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빠질 일만 남았나…‘공룡’ 손짓에 우수수 떨어진 고객들, 토종 OTT 울상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3. 6. 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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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 저렴한 ‘광고요금제’로
엔데믹 국면서 유일하게 성장
토종3사는 이용자 18% 급감
[사진 = 연합뉴스]
지인 간 ‘공짜’ 계정공유를 막는 넷플릭스의 새 요금 정책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내 OTT 플랫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엔데믹 이후 가뜩이나 OTT 소비에 보수적으로 돌아선 이용자들이 공짜 계정 유료화 여파로 토종 OTT 계정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갈아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1년 간 국내 OTT 3사 이용자 수는 18% 급감한 데 비해 넷플릭스는 오히려 2% 증가하는 등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 승자독식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4일 모바일인덱스 집계를 보면 지난 4월 기준 넷플릭스는 1173만명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를 기록해 전년 동기(1153만명) 대비 20만명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지난해 KT의 OTT 플랫폼인 시즌과 합병으로 부동의 국내 1위 OTT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티빙은 올해 4월 490만명에 그쳐 작년 같은 기간(530만명·티빙 386만명+시즌 144만명) 대비 8% 감소했다.

국내 지상파 3사와 SK스퀘어가 지분을 가진 웨이브도 비슷한 상황이다. 작년 MAU가 433만명이었는데 올해 380만명으로 무려 53만명 감소했다. 특히 심각한 경영난에 휩싸인 왓챠는 작년 112만명에서 올해 74만명으로 34% 추락했다.

엔데믹을 계기로 이용자 수가 빠르게 줄면서 토종 3사의 수익성도 최악의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티빙의 작년 영업손실 규모는 1191억원으로 최근 3년(2020~2022년) 누적 영업손실이 2014억원에 이른다. 웨이브 역시 지난해 12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태로, 3년 누적 영업손실액이 1940억원에 달한다.

자본잠식 상태인 왓챠는 작년 영업손실이 전년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555억원으로 확대됐다. 3사 모두 매출을 일으킬수록 손해가 커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토종OTT 업체 중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웨이브의 경우 최근 6개월 새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1151억원의 운영자금을 긴급 수혈했다.

작년 12월 지상파3사와 SK스퀘어로부터 901억원의 운영 자금을 수혈한 뒤 지난 5월 SK스퀘어 자회사인 ‘SK스퀘어아메리카’로부터 2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웨이브는 좁은 국내 OTT 시장에서 탈피해 해외 사업에서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웨이브는 긴급 수혈한 운영 자금을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함께 글로벌 시장 진출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전개하는 이른바 ‘마른수건 쥐어짜기’ 전략도 토종 OTT들의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작년 말 넷플릭스는 국내 시장에 ‘광고요금제’를 도입하면서 이용자가 급락한 토종 3사와 달리 오히려 이용자 수를 1년 새 2% 더 키우는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광고주들이 넷플릭스 광고요금제에 호응해 자사 광고를 적극 노출시키면서 넷플릭스는 국내 시장에서 한 해 3000억원 안팎의 추가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가 조만간 국내 시장에 도입할 것으로 보이는 ‘공짜 계정 유료화’ 정책도 레드오션으로 치닫은 국내 OTT 시장에서 토종 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변수다.

국내 OTT 업계 인사는 “넷플릭스의 공짜 계정 차단이 시행되면 넷플릭스를 더이상 무료로 보지 못하는 이용자들이 토종 OTT를 코드커팅(서비스 해지)하고 넷플릭스의 저렴한 광고요금제 등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엔데믹 국면에서 도입한 ‘광고요금제’와 ‘공짜 계정 차단’ 등 공격적 요금제 개편이 자사 수익성 강화를 넘어 경쟁사를 고사시키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3년 간 토종 사업자들의 영업손실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데는 넷플릭스가 물량 공세로 콘텐츠 제작 단가를 높인 충격이 자리잡고 있다”라며 “여기에 넷플릭스발 저가 요금제 확대가 더해지면서 신규 이용자 확대는 고사하고 기존 이용자 붙들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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