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 일자리 뺏는 ‘AI의 습격’ 시작

선명수 기자 2023. 6. 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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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과 소셜미디어 콘텐츠 부문서 실직 많아…“기업들, 비용 절감 위해 품질 저하 감수”

미국 일리노이주 블루밍데일에 사는 에릭 페인(34)은 지난 10년간 해온 광고 카피라이팅을 최근 그만뒀다. 10개 남짓의 회사와 안정적으로 계약을 맺어온 그는 지난 3월부터 일감이 끊기기 시작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그의 ‘밥줄’을 끊었다. 가장 큰 거래처였던 회사가 카피라이팅을 챗GPT로 하겠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나머지 9개 거래처 계약도 같은 이유로 취소됐다. 페인은 현재 배관공이 되기 위해 기술학교에 다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올리비아 립킨(25)은 기술 스타트업의 유일한 카피라이터였지만, 챗GPT 출시 후 업무가 점차 줄더니 지난 4월 해고 통보를 받았다. 회사 측은 해고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립킨은 회사 임원들이 ‘카피라이터를 고용하는 것보다 챗GPT가 더 싸다’고 언급한 것을 보고 자신이 왜 해고됐는지 알게 됐다고 한다.

AI가 머지않아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이미 일부 직종에서는 챗GPT로 인한 실직이 시작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특히 마케팅과 소셜미디어 콘텐츠 부문에서 AI로 인한 실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AI의 성능이 급속도로 향상되면서 AI가 고임금 지식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선 몰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교수는 “과거 자동화의 위협은 힘들고 더럽고 반복적인 작업에 불어닥쳤지만, 이제는 이런 위협이 고학력·고소득층의 창의적인 작업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전 세계 일자리의 18%가 생성형 AI로 대체될 수 있으며, 그중에서도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가장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진보된 AI라고 할지라도 글쓰기 등 창의적인 업무는 인간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미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얼마간의 품질 저하를 감수하며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그러나 챗봇으로 노동자의 업무를 대체한 회사들이 문제가 발생해 이를 중단한 사례도 적지 않다. 기술전문매체 CNET는 AI로 작성한 기사 77건을 출고했지만 사실관계에서 오류가 발견돼 AI 활용을 중단했다. 미 섭식장애협회는 환자 상담에 챗봇을 활용했다가 챗봇이 과도한 다이어트를 권해 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디지털 노동을 연구해온 세라 로버츠 UCLA 교수는 “챗봇의 오류로 기업들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며 “이를 서둘러 도입하는 기업들이 섣부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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