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300만명 타는 인도 철도, 98%가 식민지시대 건설 ‘노후화’

정원식 기자 2023. 6. 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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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열차 충돌’ 참사
‘이럴 수가…’ 지난 2일 오후(현지시간) 인도 동부 오디샤주 발라소레에서 발생한 열차 탈선 및 충돌 사고 희생자들의 친척들이 4일 시신이 안치된 임시 영안실 밖에 있는 경삼륜차에서 애통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달리던 여객열차, 신호 오류로
화물열차 선로로 잘못 진입
1995년 358명 사망 이후 최악
모디의 ‘철도 현대화’에 찬물

인도 동부에서 열차 탈선 및 충돌로 최소 275명이 사망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해 인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철도 현대화에 공을 들였지만 고질적인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NDTV 등 인도 매체와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7시쯤(현지시간) 동부 오디샤주 주도 부바네스와르에서 약 170㎞ 떨어진 발라소레 지역 바항가 바자르역 인근에서 여객열차 2대와 화물열차 1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동북부 샬리마르에서 남부 첸나이를 향해 시속 130㎞로 달리던 여객열차 ‘코로만델 익스프레스’가 정차 중이던 화물열차와 충돌하면서 탈선한 뒤 객차 일부가 서부 벵갈루루에서 동북부 하우라로 가던 슈퍼패스트 익스프레스와 2차로 충돌했다.

인도 구조당국은 이 사고로 최소 275명이 숨지고 11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는 1995년 뉴델리 인근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로 358명이 숨진 이후 최악의 참사다. 철도부 고위 당국자는 예비조사 결과 코로만델 익스프레스가 전자 연동 신호 오류로 인해 메인 선로로 진행하지 않고 화물열차가 있던 선로로 잘못 진입하면서 충돌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인구가 14억명인 인도에서 철도는 핵심적인 교통수단이다. 하루에 1300만명을 실어나르고 있으며, 선로 길이는 지구 둘레(약 4만㎞)보다 긴 6만4000㎞에 이른다. 그러나 철도의 98%는 1870~1930년에 건설돼 심각한 노후화로 사고가 잦았다. 가디언 주말판인 옵서버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2017년까지 해마다 열차 사고로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지난 20년 동안 50명 이상이 사망한 사고만 해도 최소 13건에 이른다.

모디 총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철도 현대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올해에는 선로 개선, 혼잡 완화, 신규 열차 도입 등을 위해 지난해보다 50%가량 많은 2조4000억루피(약 38조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모디 정권은 철도 현대화 사업의 결과 철도 안전이 최근 몇년 사이 크게 개선됐다고 본다. 실제로 2014~2015년 139건이던 열차 사고는 2019~2020년 55건으로 줄었다. 특히 2019~2020년에는 열차 사고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모디 정권 역점사업 중 하나인 수도 뉴델리와 북부 우타라칸드 주도 데라군을 연결하는 준고속열차 반데라바트 익스프레스 개통 일주일 만에 이번 사고가 터지면서 철도 현대화 사업은 찬물을 뒤집어쓴 모양새가 됐다. 모디 총리는 애초 지난 3일 고아와 뭄바이를 연결하는 새 고속열차 개통식에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사고로 일정을 취소했다.

탈선 방지 시스템 등 열차 사고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까지는 갈 길이 멀다. 탈선은 2017~2021년 발생한 철도 사고 2017건 중 6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탈선 사고의 원인 중 상당수는 ‘선로 결함’이었다. 철도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자동 충돌 방지 시스템 설치율은 현재까지 2%에 그치고 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동부 철도 구간에는 자동 충돌 방지 시스템이 설치된 곳이 없다.

옵서버는 늘어나는 철도 수요를 뒷받침할 만큼 인력 충원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 등 안전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철도 현대화보다 안전 우려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고 다음날인 3일 현장을 찾은 모디 총리는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이들은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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