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100억 투입하고도 ‘텅텅’… 애물단지 된 ‘불고기팜 테마공원’ [밀착취재]

이보람 입력 2023. 6. 4. 20:55 수정 2023. 6. 4.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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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이 절반으로 뚝 갈라진 소 모형이 놓여 있다.

소 몸통 모형을 둘러싼 벽에는 갈비, 등심 등 부위별 설명과 고기 모형이 내걸려 있다.

전시관에는 한우 종류와 역사, 품종, 성장 등에 대한 소개글과 옛 우사를 표현한 벽그림, 농기구 등이 놓여 있었다.

왜 전시해 뒀는지 설명조차 없는 초가집과 밭을 가는 소 축소 모형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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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들인 주차장도 쓰레기 더미 뒹굴어
엉터리 수요 예측에… 세금만 낭비 지적

몸통이 절반으로 뚝 갈라진 소 모형이 놓여 있다. 소 몸통 모형을 둘러싼 벽에는 갈비, 등심 등 부위별 설명과 고기 모형이 내걸려 있다. 정체불명의 정육점이 아니다. 한 지방자치단체가 100억원을 들여 제대로 만든 전시관의 현재 모습이다.

불고기팜 농어촌테마공원 내 한우테마관 전경.
지난달 25일 찾은 울산 울주군 상북면 ‘불고기팜 농어촌테마공원’. 공원 안으로 들어가자 한옥 형태로 지어진 1층짜리 ‘한우테마관’(면적 399㎡)이 눈에 띄었다. 전시실 입구로 들어가자 출입구 쪽을 제외하고는 불이 꺼져 있었다. 전시관에는 한우 종류와 역사, 품종, 성장 등에 대한 소개글과 옛 우사를 표현한 벽그림, 농기구 등이 놓여 있었다. 소똥을 치우는 모션 게임기가 있었지만 고장이 나 있었다. 왜 전시해 뒀는지 설명조차 없는 초가집과 밭을 가는 소 축소 모형도 보였다. 방문객은 한 명도 없었다.

불고기팜 농어촌테마공원은 2018년 울주군 상북면 못안저수지 옆 1만7300㎡ 부지에 만들어졌다. 잔디밭 등 공원과 산책로, 50대의 차를 댈 수 있는 주차장(3600여㎡), 한우테마관 등을 짓는 데 100억여원이 쓰였다. ‘농어촌테마공원’이라는 이름과 관련지어 볼 수 있는 건 공원 초입에 있는 소 조형물과 한우테마관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원을 찾는 사람은 점점 줄었다. 2019년 2만8000여명이던 방문객은 2021년 7100여명이 됐다.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공원 관리인은 “테마관 전시실을 둘러보는 사람은 적지만, 14억원을 더 들여 만든 물놀이장은 주말에 350명 정도 찾는다”고 전했다.

울산 울주군 불고기팜 농어촌테마공원 내 한우테마관의 불 꺼진 전시실에 몸통이 절반으로 갈라진 소 모형이 놓여 있다.
전시실에 있는 부위별 한우 고기 설명과 고기 모형.
이용은 없지만, 뜯어내지도 못하는 ‘계륵’ 같은 시설은 또 있다. 같은 울주군 내 진하해수욕장 인근 ‘진하공영주차장’이다. 지난달 30일 찾은 주차장은 잡풀이 무성했다. 주차선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무료로 운영되는 이 주차장의 현재 주차 면수는 305개. 주차된 차량은 기자의 차를 포함해 5대에 불과했다. 텅텅 비어 있다 보니 차 3∼4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 구역에 카라반이나 보트를 끄는 장비 2대가 주차면을 가로질러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쓰레기로 가득 찬 종량제 봉투도 곳곳에 굴러다녔다.

진하공영주차장은 2012년 60억원을 들여 405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진하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의 주차 편의를 위해서다. 진하해수욕장 주변에 마땅한 주차 공간이 없어 매년 해수욕장 개장 시기에 주차 전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울산 울주군 진하공영주차장은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 주차선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울주군 진하공영주차장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랄 정도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넓은 주차장이 만들어졌지만,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은 이 주차장을 이용하지 않았다. 주차장과 해수욕장의 거리가 걸어서 10분 정도로 멀기 때문이다. 이 주차장 역시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세금만 낭비했다는 미디어 등의 비판을 받았다. 울주군 관계자는 “주차 면수에 비해서 이용이 많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160억원어치의 시설들이 제대로 이용되지 않는데도 울주군 공무원들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할 수 있는 건 쓰고, 써도 남아 이월할 만큼 넉넉한 살림살이 덕분이다. 울주군의회에 따르면 울주군이 지난해 살림하고 남긴 예산, 즉 ‘순세계잉여금’은 1944억원이다. 전년(1072억원)보다 82% 증가했다. 울주군의 지난해 예산은 1조4900억원. 한 해 예산의 20%에 해당하는 돈을 남겼다.

울산=글·사진 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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