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받아 술·유흥업소에… 일자리 중복 지원도 ‘펑펑’ [시민단체 보조금 부정 수급]

이현미 2023. 6. 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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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용 백태
횡령·리베이트 수수·부당 거래 빈번
수천만원 받아 尹 퇴진 강의 지출도
일자리 사업, 서류 조작 다수 적발
위탁·재위탁 업체 관리시스템 포함
지자체 수기 장부도 전자기반 개편
윤석열정부는 시민단체의 국고보조금 유용이 만연해진 원인으로 지난 정부의 ‘예산 대폭 증가, 감시 소홀’ 책임을 꼽고 관리감독 강화와 예산 감축을 예고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2조원가량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이 늘어난 가운데 관료들이 관리감독 강화에 나서기보다 예산 늘리기에 집중한 결과로 보고 있다. 지난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 사업에서 부정 수급 사례가 다수 적발된 만큼 이를 비롯한 선심성, 반복적 사업의 내년도 예산이 대폭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은 2016년 한 해 3조5571억원에서 2018년 4조367억원, 2020년 4조8543억원, 2022년 5조4446억원 등 매년 증가했다. 정부는 이 중 2020∼2022년 3년간 국고보조금(지방비 제외) 9조9000억원 중 사업비 3000만원 이하 사업과 이미 조사가 진행된 사업을 제외한 6조8000억원 규모 사업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1차 조사로 추후 감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그 결과 현재까지 우선 확인된 부정사용금액이 314억원으로 드러나 환수 조치에 나섰다. 부정 수령 사례는 △보조금 횡령, 사적 사용 △거래업체 리베이트 수령 △가족, 임원 등 내부자 부당 거래 △서류 조작 등을 통한 부정 수급 △임의적 수의계약 등 규정 위반 등 대략 6가지로 나타났다.

A단체는 지난해 ‘묻혀진 영웅들, 히든 히어로를 찾아라’ 사업 수행을 목적으로 6260만원 보조금을 수령한 뒤 애초 보조금 용도와는 무관한 ‘윤석열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는 정치적 내용이 포함된 강의 등에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B단체는 2020년 통일분야 가족단체 지원사업 추진을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1800만원을 받아 주류 구입, 유흥업소 이용 등에 사용했다. C단체는 독립운동가의 초상화를 전시하는 앱(애플리케이션) 개발비로 5300만원을 거래업체에게 지급하고선 이를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3300만원을 부당 편취했다.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업체에서 사무기기 등을 빌려쓰고선 수천만원을 지급하는 내부자 거래도 만연하게 나타났다. 주요 노동조합의 지역지부인 D단체는 행사 참석인원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추가 수령하기도 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와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감사 결과 1865건의 부정·비리와 314억원의 부정사용금액이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특히 지난 정부의 일자리 지원사업의 부정 수급 사례가 두드러졌다. 충남의 한 E단체는 지난해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을 수행하면서 이미 지원급을 받고 있는 사람을 중복 선정해 1650만원을 지급했다. 전북 정읍의 F단체도 같은 사업에서 이미 창업을 했거나 사업비를 받은 사람에게 창업 지원 경비 4722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의 G단체는 사업 미참여자에게 초기사업비 9000만원을 지급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에서 일자리 지원사업이 과도하게 확대돼 수행 단체들이 대상자 모집이 어려워지자 부적격자를 선정하고 이를 실업자들에게 지급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적발된 사례에 대해 보조금 환수 조치, 향후 5년간 보조금 지원 배제, 형사고발 등 법적 조치를 진행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지금까지 사각지대에 있었던 위탁, 재위탁 업체들도 국고보조금 관리시스템인 ‘e나라도움’에 전부 등록해 회계서류, 정산보고서, 각종 증빙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공무원들이 수기로 장부를 관리해온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시스템도 전자 기반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또 회계법인 감사대상을 기존 10억원 이상 사업 대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외부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각 부처 재량에 맡겨진 관리 체계를 바꿔 기획재정부 총괄하에 전 부처가 참여하는 ‘보조금 집행점검 추진단’을 통한 점검에 나선다. 국민 포상금 제도도 강화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포상금 제도는 현재에도 있지만 요건이 엄격하다”며 “포상금 지급 요건을 완화하고 지급 한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익가치가 높은 건에 대해서는 파격적 포상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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