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부담 커지자… 강남 대치선경3차·비취타운 멈췄다

이미연 2023. 6. 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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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주택 최초 디에이치 제안
시공사 현대건설과 계약 해지
초고층 설계안 곳곳에서 포기
다른 단지들에 영향 미칠수도
서울 삼성역 휘문중·고교 인근 비취타운 가로주택정비사업 안내가 걸려있던 2022년 11월 모습. 올해 3월에 이 안내가 모두 제거됐다. 사진출처 네이버지도 로드뷰
서울 강남구 대치선경3차 현장에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브랜드 안내가 붙어있는 올해 4월 모습. 5월 말에는 이 안내가 완전히 제거됐다. 출처 네이버지도 로드뷰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소규모 고급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으려던 시행사가 2곳의 현장을 잇달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이지만 고급 주상복합으로 재건축을 추진했다. 국내 대형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확보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장기화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금리, 물가 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부담 여파를 이기지 못해 결국 사업 진행 중단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역 초역세권에서 진행 중이었던 대치선경3차아파트와 삼성역 휘문중·고교 인근 비취타운 가로주택정비사업 진행이 전면 중단됐다.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부담으로 시행사(조합) 측이 진행을 포기했고, 이 두 현장의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던 현대건설과의 계약도 해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아예 현장 전면에 설치된 공사 가림막에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브랜드 안내문도 제거되기도 했다.

대치선경3차는 2014년 수직증축 리모델링조합을 설립해 사업을 추진하다가, 인근 인근 동해상가와 대치상가를 포함해서 3568㎡의 부지를 통합 개발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아예 전환해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현장은 현대건설이 가로주택사업 최초로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를 제안할 정도로 공을 들였던 곳들이다. 2021년 12월 단독입찰해 전 조합원의 찬성표를 받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디에이치 대치역'으로 예정됐던 이 단지는 기존 54가구에서 향후 지하 7층~지상 18층, 총 68가구 규모의 고급 주상복합으로 재건축될 예정이었다.

수주 당시 총 공사비 753억원로 3.3㎡당 845만원의 공사비가 제안됐는데, 최근 공사비 인상 여파로 조합원 분담금 상승이 예상되자 사업이 결국 중단된 것. 소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이라 공사비 단가가 높게 측정되기도 했지만, 지하 7층까지 터파기를 깊게 해야하는 고급 주상복합이라 공사비 인상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철거 전인 이 현장은 사업 중단이 현실화된 듯 5월 초부터 매매와 전세물량도 나오기 시작했다. 전용면적 76㎡의 매매 호가는 20억~21억5000만원, 전세는 4억5000만~7억5000만원 선이다.

이 현장의 공동시행을 맡았던 스톤빌리지 관계자는 "현재 조합 측과 현대건설이 시공 계약 해지 절차를 밟고 있다"며 "조합의 해산 총회는 6월 중에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사비 인상 등의 문제로 시행사 측과 공사 계약 해지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현장 뿐만 아니라 스톤빌리지가 현대건설과 진행하던 또 다른 대치동 가로주택정비사업 현장 계약도 함께 해지됐다. 삼성역 인근 휘문중·고교 바로 옆인 강남구 대치동 951 일대 비취타운 현장으로, 지하 6층~지상 18층, 전용 75~137㎡ 95가구 규모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가 예정된 곳이었다. 이 가운데 조합원분 66가구를 제외한 29가구는 일반분양으로 계획됐고, 이 현장 역시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할 예정이었으며 공사비는 908억원 규모였다.

이같은 사업 중단은 금리 인상 여파와 최근 자재비와 인건비 급등으로 공사비가 수주 당시대비 적어도 30% 가까이 오른 부분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현장 역시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분담금 증가가 발목을 잡았다. 애초 소규모 현장이라 사업성이 그리 높지 않았던 부분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는 앞서 강남권 알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도 나타났다. 실제 서울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가 공사비 부담에 49층 초고층으로 설계안을 변경할 수 있음에도 조합원들은 기존 35층안을 선택한 바 있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초고층으로 설계를 변경하게 되면 비용 부담이 증가한다는 인식에 반대 의견들이 많았다"며 "이번 고층 재건축 변경안 부결은 다른 단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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