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부터 이재용까지 '신경영' 30년···삼성 가치 200배 커졌다
'양보다 질' 대대적인 체질 개선
국내 1위서 글로벌 1위로 도약
반도체 초격차 등 4대전략 구상
미래 먹거리·상생 경영 등 화두
별도 행사없이 사업 점검 집중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은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호텔에서 전 세계 임원들을 불러 모아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이같이 주문했다. 삼성 재도약의 시초가 된 이른바 ‘신경영 선언’이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7일 30주년을 맞는다. 당시 ‘국내 1등’ 수준이던 삼성은 30년의 세월을 거쳐 ‘글로벌 1등’으로 도약했다.
당장 실적의 ‘단위’가 달라졌다. 신경영 선언을 발표한 1993년 3조 1000억 원 수준이던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626조 6000억 원(상장 계열사 16곳, 2일 종가 기준)으로 200배 넘게 커졌다. 매출액은 41조 원에서 466조 8000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4900억 원에서 55조 6000억 원으로 각각 성장했다.
삼성전자(005930)는 전 세계에서 26만 6000명의 임직원을 보유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브랜드 가치 877억 달러(약 115조 원)로 글로벌 5위에 올랐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의 신경영 선언은 기업 혁신의 교본이자 오너 경영의 장점이 무엇인지 보여준 역사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양에서 질로···핵심 가치 뒤집은 신경영 선언=신경영 선언의 요체는 품질 부문의 파괴적 혁신이다. 그 당시만 해도 내수 기업에 가까웠던 삼성은 원단·설탕·가전제품 등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제품을 주로 생산하면서 양 위주의 팽창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1993년 이건희 회장은 양적 성과에 집착하던 당시의 관행을 벗어나 ‘질 중시 경영’을 주문하면서 대대적인 혁신을 그룹 전체에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 미치는 제품 품질로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다고 보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1995년 구미사업장에서 시가 500억 원 상당 불량 휴대폰과 팩스 15만 대의 ‘화형식’을 했던 사례는 체질 개선 의지의 상징적 사례다.
‘질 경영’은 곧바로 삼성그룹 전체로 퍼지면서 글로벌 그룹으로 도약하는 핵심 무기가 됐다. ‘화형식’의 아픔을 겪은 삼성전자 휴대폰은 절치부심 끝에 2012년 마침내 세계시장 1위에 올랐다.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성장한 반도체에서는 1994년 세계 최초로 256Mb(메가비트) D램을 개발했고 1996년에는 1Gb(기가비트) D램을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의 주역으로 우뚝 설 토대를 마련했다.
국내 최초 대졸 여성 신입 사원 공채 실시(1993년), 공채 학력 제한 철폐(1995년), 7·4 출퇴근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 등 기업 문화의 대대적인 혁신을 이끌며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다.
◇4대 키워드 앞세운 JY, ‘뉴삼성’ 채비=선대의 유산을 물려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다시 한번 ‘뉴삼성’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신경영 선언에 깔린 질적 초격차 전략을 계승하면서 달라진 기업 환경에 맞춰 기업 영속을 위한 새로운 전략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현재 삼성이 당면한 상황은 이건희 회장이 1993년 마주했던 위기 못지않은 비상 상황이다. 글로벌 첨단 시장 경쟁이 국가 간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경제위기까지 겹쳤다.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는 올해 신경영 선언 30주년에도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향후 사업 전략을 점검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30년간 성장 공식이던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을 넘어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체질을 바꾸는 게 핵심 과제다. 이를 위한 이재용 회장의 구상은 크게 △수성(반도체) △신사업 개척(바이오) △차차기 먹거리 사업 발굴 △상생 경영 등 ‘4대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핵심 주력 산업인 반도체에서는 메모리의 독주 체제를 더욱 굳히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시스템반도체 점유율 확보가 과제다. 2042년까지 300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등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수준으로 달아나겠다는 구상이다.
바이오 사업은 이재용 회장이 직접 챙기면서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달 초 미국 출장에 나선 이재용 회장은 호아킨 두아토 존슨앤드존슨(J&J)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바이오 업계 거물들과 연쇄 회동하면서 미래 청사진을 그렸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로봇, 확장현실(XR) 등 핵심 분야에서 인재를 영입하고 특허·상표권 확보에 집중하는 등 차차기 미래 시장에서도 ‘초격차’로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기업 홀로 경쟁력을 쌓아나가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 아래 사회·협력업체와 함께 성장하는 ‘상생 경영’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회장 취임 8개월 차를 맞은 이재용 회장이 그간의 행보를 통해 미래 비전을 위한 얼개를 내보이고 있다”며 “이제 신경영 선언 수준의 강한 비전을 제시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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