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도 역전세 대란 경고 …"하반기 103만채 위험"
15개월새 2~3배 늘어나
영끌 집주인들 시세 하락후
대출한도 소진 자금줄 막혀
"반환금 마련할 DSR 완화를"
인천에서 5년째 임대사업을 해온 40대 A씨는 역전세 논란 이후 세입자를 구하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그는 "임대사업자 의무는 여전히 남아 있는데 기존 혜택은 모두 사라졌다"며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 때문에 임대사업에 뛰어든 사람도 있는데, 마치 역전세 논란이 임대인 때문인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임대인들의 연쇄 파산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역전세 논란'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인 단체가 국토교통부를 방문하기까지 했지만 만남이 이뤄지지 않는 등 임대인·임차인 모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4일 전국임대인연합회 관계자는 "지난 2일 20여 명이 국토부를 찾아 피해 대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지만 4시간을 기다려도 별다른 이유 없이 만나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도 깡통전세·역전세 증가에 경고등을 켜고 나섰다.
4일 한은의 깡통전세·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주택시장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잔존 전세계약 중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8%(5만6000가구)에서 올해 4월 8.3%(16만3000가구)로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도 같은 기간 25.9%(51만7000가구)에서 52.4%(102만6000가구)로 1년3개월 만에 2배 늘어났다.
깡통전세는 평균적으로 기존 보증금 대비 매매 시세가 2000만원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깡통전세 상위 1%는 집값 하락으로 인해 매매 시세가 보증금과 1억원 이상 차이가 났다. 역전세는 기존 보증금 대비 현재 전세가격이 평균 7000만원 정도 하회했다. 마찬가지로 역전세 상위 1%는 전세가격과 보증금 차이가 3억6000만원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 조사국은 "깡통전세와 역전세 증가는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를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주택시장의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역전세 논란'은 전세시장 위축 때문으로 풀이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이 최고가를 찍은 것은 2021년 9월이다. 당시 가격은 6억2689만원을 기록했다. 이 가격은 지난 4월에는 4억9833만원을 기록하며 2020년 9월 이후 31개월 만에 4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세가격이 빠르게 꺾이면서 한창 전세가격이 급등했던 시절 전세 계약을 맺은 임대인·임차인을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다. 방송희 한국주택금융공사 수석연구위원은 "역전세 문제는 하반기에 위험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전세 거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된 가격 하락이 반영된 금액으로 거래가 이뤄지지만 2021년 하반기에 맺은 전세 계약이 만기 시점이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임대인연합회 관계자는 "임차인들은 신용대출이 가능하지만 임대인들은 DSR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대출도 받지 못한다"며 "현재 정부의 전세 대책은 전세시장 안정화가 아니라 시장 통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임차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에서 DSR 등을 따지기 때문에 임대인을 중심으로 DSR 규제를 풀어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DSR 규제 완화와 함께 전국임대인연합회는 임대사업자 자진 말소 허용 등을 국토부에 요청한 상태다. 국토부는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석환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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