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그는 장소다

허연 기자(praha@mk.co.kr) 2023. 6. 4. 1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을을 들여다보며 여름을 씻고 있었다

여름은 고요해졌다

고요가 장소 같다면

그는 너무 많은 장소다

- 심지아 作 '가연성'

가을이 왔는데 지난 여름을 씻고 있다. 씻는 것은 추억일 수도 있고, 이별일 수도 있고, 아픔일 수도 있다. 느낌이 오묘하고 좋은 시다. 깊고 그윽한 이야기를 단 네 줄짜리 암호로 말한 듯한 시다. 읽으면 읽을수록 상상력이 퍼져나가는 느낌이 참 재미있다. 상큼하면서도 단호하다.

결국 모든 고요는 '그'라는 한 단어로 수렴된다. '그'는 분명 여름보다 길고, 여름보다 뜨거운 존재였을 것이다. '그'는 어디로 간 걸까?

[허연 문화선임기자 (시인)]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