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는 예고된 대혼란 준비 부족 복지부 한심하다 [사설]

2023. 6. 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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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됐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해 접수된 환자들의 진료 요청 가운데 절반가량이 거부 당하는 등 대혼란이 빚어졌다. 1일 비대면 진료 앱 '닥터나우'를 통해 이뤄진 진료 신청 중 의료기관이 취소한 비율은 50%에 달했다. 다른 앱인 '나만의닥터'에서도 병원의 거절 비율이 3배 늘어났다고 한다. 이는 시범사업부터 비대면 진료가 재진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병원들이 초·재진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데 복잡한 절차 때문에 행정 업무가 증가하자 아예 진료를 거부한 탓이다. 예외적으로 초진이 허용되는 섬·벽지 환자, 거동이 불편한 사람 등도 병원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어 비대면 진료가 힘든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고사는 시간문제다.

의료 현장의 이 같은 혼란은 보건복지부가 우왕좌왕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위기 단계가 하향 조정되면 당장 불법이 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법제화가 불발되자 복지부는 6월 1일부터 시범사업 형식을 빌려 유지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5월 중순까지도 허용 범위, 약 배달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달 30일에야 확정된 방안을 발표했지만 "시늉만 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재진 중심에 비대면 진료 수가가 일반 진료보다 30% 높게 책정되고, 약 배달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소아 환자의 야간·휴일 비대면 초진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약 처방은 불허해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혼란은 복지부의 준비 미흡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다. 의료서비스의 이용 주체인 국민 의견보다는 의료계의 요구를 더 많이 수용한 탓이다. 코로나19 3년간 초·재진 구분 없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해 온 환자들로서는 시범사업으로의 회귀는 의료 편익 후퇴다. 급성장한 의료서비스 혁신도 뒷걸음칠 수밖에 없다. 시범사업이 국민 기대에 못 미친 만큼 입법 논의를 중단한 국회가 책임지고 서둘러 법제화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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