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길을 만드는 사람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길을 걷는 것'에 빗대기도 한다. 그 길은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게 존재한다. 방향도 제각각이라 길 끝에서 서로 만나기도 하고, 교차되기도 하며, 어느 곳에서 합류되었다가 또 갈라지기도 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길이 있지만 그 길이 처음부터 길은 아니었을 것이다. 목적을 갖고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자국들이 모여 오솔길이 되고, 그 생긴 길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며 점차 길이 넓어지고, 넓어진 길을 닦아 대로가 되는 것일 것이다.
길이 되기 전 아무런 제한도 없던 곳을 처음 밟아 헤쳐 나간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누구도 밟지 않은 길을 처음 나아가는 '길을 만드는 사람'은 그래서 불안하고 외로울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순전히 자신의 판단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것을 한다는 것은 많은 두려움을 요하지만, 그것을 극복한 사람만이 '길을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오페라가 만들어지고 공연되는 과정은 이렇게 길이 생기는 방식과 비슷하다 여겨진다. 각기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길로 가는 종합예술의 대표인 오페라는 필자와 같이 오페라를 총괄하고 책임지는 사람은 '길을 만드는 사람'이라 할 수 있고 무대 위에서 연출자나 지휘자의 봉에 따라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춤을 추는 무용수, 연기하는 연기자 등을 '길을 따르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또 무대 위에서 그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기 위한 조명, 의상 등 많은 스태프들을 '길을 밝혀주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역할을 가지고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을 모아 하나의 길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무대 위에 서는 성악가나 학교에서 교수의 길을 걸을 때는 이렇게까지 크게 느끼지는 못했던 부분이었지만 오페라단을 이끌어야 하는 '단장' '예술감독'이라는 길을 걸으며 피부로 느끼고 있다. 어느 분야든 사람이 모여 하는 일에는 늘 어려움이 따른다. 함께 걷다 보면 걸음걸이의 빠르기나 방향도 제각각 달라 서로 맞추며 걸어야 할뿐더러 이 길이 맞는지 의심과 아니라며 막아 세우는 일도 가끔 만난다. 이런 것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일 것이라 생각된다. 배려를 통해 의견을 원활하게 조율하며 의도가 엇갈린 서로의 방향성을 원활하게 주고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함께 모여 결과를 만드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점차 많아졌다.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 개인주의가 그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길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길을 따르는 사람들을 통솔하여 한길로 가기가 그래서인지 더욱 어려워졌다. 함께하는 일인 만큼 방향이 정해졌다면 그 방향으로 마음을 모으는 단합이 절실하다. 함께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관심일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 완성도를 높여가는 종합예술의 대표인 오페라는 아주 오랜 시간 여러 사람이 함께 걷는 길이다. 지난 세기의 작곡가와 극작가, 오랜 시간 오페라의 완성도를 끌어올려 역사를 만들어온 수많은 감독들과 연출가, 스태프, 성악가, 무용수 등이 함께 시간을 건너 걸어왔다. 많은 시간과 사람들의 노력이 쌓여 만든 길의 끝에는 거대한 감동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 끝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서로 독려하고 발맞춰 나아가는 과정, 사람이 많아지는 만큼 힘들어도 함께해야만 만날 수 있는 그 끝은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보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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