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세계 곳곳서 "톈안먼 시위 34주년 기억하자"

윤고은 입력 2023. 6. 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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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서 열린 톈안먼 시위 34주년 추모 행진 (AFP=연합뉴스) 톈안먼 민주화시위 34주년을 앞두고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활동가들이 현지 중국 총영사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2023.6.4.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톈안먼 민주화시위 34주년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이를 추모하는 행사가 마련됐습니다.

2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는 이날 현지에 문을 연 톈안먼 시위 추모 기념관에서부터 주뉴욕 중국 총영사관까지 일단의 활동가들이 중국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행진했습니다.

(AFP=연합뉴스) 톈안먼 민주화시위 34주년을 앞두고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활동가들이 현지 중국 총영사관을 향해 행진하는 모습. 2023.6.4.

행진 행렬에는 중국인 학생들도 참가했는데, 일부는 중국에 있는 가족의 안전을 고려해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자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습니다.

행진에 참여한 위거 스 씨는 AFP에 "중국 정부는 1989년에 너무나 많은 이들을 죽였다. 그러나 그들은 사람들이 이를 기억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그렇기에 우리는 매년 이렇게 나와서 세계 모든 이들에게 역사가 있음을 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션모 씨는 작년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에 저항하는 '백지 시위'가 벌어졌던 것을 언급하면서 "톈안먼 시위와 백지 시위 사이 거의 40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똑같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중국)정부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1989년 톈안먼 시위 당시 피 묻은 셔츠. (AP=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개설된 톈안먼 시위 추모 기념관에 전시된 피 묻은 셔츠. 1989년 톈안먼 시위 당시 무장 경찰에 두들겨 맞았던 기자 장진이 입었던 셔츠다. 2023.6.4.

이날 문을 연 뉴욕 톈안먼 시위 추모 기념관은 1989년 7주간 벌어졌던 시위 현장에서 나온 피 묻은 수건과 지혈대로 사용된 피에 젖은 현수막, 텐트, 옷, 당시 사건에 관한 신문과 편지 등이 전시돼있습니다.

2021년 홍콩에서 톈안먼 추모 기념관이 당국의 압박 속에 폐쇄되자 톈안먼 시위 당시 학생 지도자 등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활동가들이 주축이 돼 뉴욕 기념관을 열었습니다.

(AP=연합뉴스) 지난 1일 대만에서 홍콩 연극 '5월 35일'이 언론에 공개된 모습. 2023.6.4.

대만에서는 2∼4일 홍콩 연극 '5월 35일'이 공연됩니다. 중국에서 언급이 금지된 '6월 4일'을 '5월 35일'로 표현한 이 연극은 톈안먼 시위 당시 아들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그립니다.

홍콩에서는 극단 '무대 64'가 2020년 6월 30일 홍콩국가보안법이 시행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공연한 후 극단의 해체와 함께 명맥이 끊긴 연극이 대만에서 부활한 것입니다.

(AP=연합뉴스) 톈안먼 시위를 그린 홍콩 연극 '5월 35일'의 대만 공연을 앞두고 연극 포스터 앞에서 극단 대표가 포즈를 취한 모습. 2023.6.4.

'5월 35일'의 극작가 캔데이스 충은 로이터 통신에 대만에서조차 톈안먼 시위 연극에 참여하는 것은 관계자들을 매우 긴장하게 만든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모두가 보이지 않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중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를 걱정하는 것"이라며 "일부 배우는 가명을 사용하고 2명의 홍콩 배우는 마스크를 착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FP=연합뉴스)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톈안먼 시위 기념 조각상 '수치의 기둥'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2023.6.4.

홍콩에서 국가보안법 시행 후 톈안먼 시위 추모 행사가 차단되고 관련 기념물들이 모두 철거된 가운데 중화권에서는 유일하게 대만에서 추모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은 6월 4일이다"라며 "우리는 언젠가 중국의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고 두려움 없이 열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썼습니다.

2019년 6월4일 홍콩 빅토리아 파크에서 열린 톈안먼 시위 추모 촛불집회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만 외에도 런던, 뉴욕, 베를린, 시드니 등 세계 최소 30곳에서 톈안먼 시위 34주년을 기념하는 추모 행사가 열릴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반면 이날 홍콩에서는 대테러, 폭동 진압 경찰 등 6천명의 경찰관이 도심에 배치돼 순찰과 검문을 하며 만일의 소요 사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1990년부터 2020년까지 31년간 매년 6월 4일 저녁이면 최대 수십만명이 빅토리아 파크에 모여 톈안먼 시위 희생자를 위해 촛불을 들어 올렸던 홍콩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것입니다.

홍콩 공영방송 RTHK 사옥에는 그간 1989년 베이징 광장에 남아 현장을 기록한 이 방송국 기자들에게 배달된 1989년 6월 6일자 감사의 편지가 전시돼 있었으나 최근 사라졌다고 AFP는 전했습니다.

(AP=연합뉴스) 지난 3일 저녁 홍콩 경찰이 번화가 코즈웨이베이에서 시민을 연행하는 모습. 2023.6.4.

톈안먼 시위 34주년을 하루 앞둔 3일 저녁 홍콩 경찰은 공공장소에서 질서를 해치거나 선동적 행위를 한 혐의로 4명을 체포했고, 공공의 평화를 해친 혐의로 다른 4명을 연행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이들 8명은 모두 거리에서 톈안먼 시위를 추모하는 발언이나 행위를 했습니다.

1989년 6월2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을 가득 메운 시위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톈안먼 시위 희생자 유족의 모임인 '톈안먼 어머니회'는 뉴욕의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인 차이나'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비통함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며 "34년이 지났지만 우리에게, 희생자 유족에게 그날 밤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고통은 오늘까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AFP=연합뉴스) 4일 호주 멜버른에 마련된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전시회. 2023.6.4.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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