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82〉유료방송, 시류의 흐름을 따라
며칠 전 넷플릭스가 미국을 포함한 수많은 나라에서 계정공유를 갑자기 금지했다. 예고가 있긴 했지만 가입자 입장에서 갑작스런 조치로 받아들이며 미국 뿐 아니라 국내 언론에서도 핫이슈가 됐다. 특히, 가구 구성원이 아닌 사람들끼리 공유하기 위해서는 8달러(약 1만원)을 추가해야 한다는 정책도 발표됐다. 국내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지만 곧 적용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고 그 파장에도 미디어 업계가 예의 주시하는 모양새다.
넷플릭스는 광고 시청 요금제에 계정공유 금지까지 가입자 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광고 시청 요금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경쟁서비스들도 제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해 터 급속한 증가세의 FAST(광고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주춤한 가입자 증가 추세와 경기 악화로 인한 광고기반 서비스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자 그 시류에 부응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급속한 변화의 물결에 부응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 흐름에 뒤떨어지는 것을 넘어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수 없음을 요사이 미디어산업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미국 유료방송시장의 콘텐츠 제공사업자중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스포츠채널인 ESPN도 시류의 흐름에 따라 갈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언론의 기사도 있다.
케이블방송의 대표적인 채널인 ESPN이 이제는 소위 DTC(direct to consumer)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미국 유료방송은 코드커팅으로 기록적 수준인 230만 가입자가 감소했다. 현재의 유료방송가입자는 1990년대 가입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까지 하락한 상태이다.
코드커팅으로 인한 유료방송의 급격한 가입자 감소는 유료방송이 악순환 사이클로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을 평가한다. 특히 1분기 데이터는 가입자 감소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는 암울한 해석도 있다. 국내와는 다르게 방송가입자의 수신료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채널로서 가입자 감소는 매출감소와 직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스트리밍이 대세이긴 하지만 뉴스와 스포츠 중계만은 아직은 전통적인 리니어 TV 방송을 통해 시청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전국 및 지역 뉴스는 다양한 FAST에서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다. 미 NFL, NBA 나 NHL과 같은 인기 있는 스포츠 경기들 일부가 OTT인 피콕이나 아마존, 유튜브 등을 통해서 생중계되고 있다.
더욱이 구글, 애플과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NFL 등 미국의 인기있는 경기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아마존의 NFL 목요일 경기와 유튜브의 NFL 일요일 저녁 경기의 독점 생중계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것으로 미국의 젊은 세대들이 TV가 아닌 아마존이나 유튜브 등 OTT를 통한 스포츠 생중계에 익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방송가입자 감소로 인한 매출감소, 그리고 주요 시청자그룹의 시청행태 변화는 ESPN조차도 스트리밍 시류 흐름에 동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1400만 가입자의 미국 케이블사업자 카터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에서 방송매출의 3분의 2가 기존의 케이블셋톱이 아닌 앱을 통하여 일어난다고 했다. 대부분 시청자가 스트리밍을 통해 방송을 시청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합된 UI로 한 곳에서 케이블이든지 vMVPD(가상유료방송)이든지, SVOD나 AVOD 등 다양한 서비스로부터 원하는 콘텐츠를 찾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것이야 말로 모든 고객이 바라고 원하는 것이다”고 까지 했다. 시청자입장에서 너무나 가슴에 다가오는 말이다.
유료방송시장을 포함한 미디어시장은 디지털과 인터넷 혁명으로 격동의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어느 하나도 안정적이지 않고 모든 것이 요동치고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큰 흐름이라는 것이 있다. 그 큰 시류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만이 혼돈의 시대에서 헤쳐 나갈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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