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샤쓰의 사나이[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3. 6. 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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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선수들이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광주FC 선수들은 지칠 줄 모른다. 다소 부족한 기량을 기동력과 활동량, 조직력으로 메우려는 원시적인 몸부림이다. 선수들에게는 ‘독사’, ‘싸움닭’이라고 불리는 이정효 감독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공감대까지 형성됐다.

지난 3일 포항전에서 광주가 보여준 플레이가 그랬다. 기세 싸움에 밀리지 않으려고 강하게, 투쟁적으로 맞섰다. 숨 돌릴 틈 없이 포항을 몰아치고 몰아쳤다. 그렇게 광주는 시종일관 주도권을 유지했고 후반 3골을 몰아쳐 4-2로 역전승했다. 올해 첫 역전승이다.

광주는 K리그1에서 가장 많이 뛰는 팀이다. 어떤 팀을 만나도 정면에서 맞붙는다. 골을 향한 공격적인 플레이는 매력적이다. 강하고 과학적인 훈련, 반복 훈련을 통한 약속된 플레이, 선후배와 국내외 선수 모두 하나 된 팀워크, 확실한 동기부여가 만든 작품이다.

포항전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한 두현석은 “주전으로 뛰어도 항상 불안하다. 훈련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려고 노력한다”며 “축구하는 게 재밌고 개인적으로 성장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리그 2호골을 넣은 엄지성은 “훈련이 강한 만큼 성장하지 않나. 누구도 불평하거나 꾀를 부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2015년부터 광주에서 뛰는 주장 안영규는 ‘와인형 선수’다. 34세인데 기량이 점점 좋아진다. 이 감독은 “내 선입견을 가장 많이 바꾼 선수”라고 평가한다.

외국인 선수들도 열심이다. 아사니, 티모, 아론, 토마스 모두 산전수전 다 겪은 수준급 선수들. 이들도 군말없이 감독 지시에 순응한다. 토마스는 초기 강한 훈련 때문에 눈물도 흘렸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열심이다. 지금도 이 감독에게 자주 혼나는 아사니는 포항전에서 멋진 어시스트를 한 뒤 멀리서 뛰어와 이 감독에게 안겼다.

광주는 많은 게 열악하다. 선수단 연봉이 12개 구단 중 최하위다. 훈련시설도 좋은 편이 아니다. 운동장도 마음대로 쓰지도 못한다. 그런데 잘하고 싶은 의욕만은 K리그1 최고다. 광주 관계자는 “지난해 2부에서 우승했고 올해 1부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며 “감독 뜻에 따라 열심히 하면 상대를 압도하면서 재밌는 축구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 이정규 수석코치, 박원교 분석코치 등 모든 지도자들이 철저하게 업무를 분업화, 전문화한 것도 광주가 6승3무7패로 중위권을 지키는 비결이다.

광주 경기는 늘 흥미진진하고 기대감이 있다. 지든 이기든 골을 향해 뿜어내는 에너지는 폭발적이다. 상대가 누구든, 막내 구단이 겁 없이 대드는 걸 보면 통쾌하기까지하다. 축구 팬이라면 그렇게 광주가 만든 각본 없는 드라마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노란 샤쓰 입은, 말 없는 그 사람이 / 어쩐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 들어 / 미남은 아니지만 씩씩한 생김 생김 / 그이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이 쏠려 / 아~ 야릇한 마음, 처음 느껴본 심정 / 아~ 그이도 나를 좋아하고 계실까 / 노란 샤쓰 입은, 말 없는 그 사람이 / 어쩐지 나는 좋아 / 어쩐지 맘에 들어

1960년대 한명숙이 부른 국민 히트곡 ‘노란 샤쓰의 사나이’ 가사다. 광주가 통쾌하고 멋진 승부를 만들 때마다, 이 노래가 광주전용구장에 울려 퍼질지도 모르겠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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