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설계하며 고객의 인생 여정 함께 걸었죠"
진심 다한 설계로 고객 감동
장애인 보장 한도 폐지 앞장
"보험업에 종사한 지 13년인데요. 대략 1000명의 고객을 유치한 것 같아요. 고객이 대부분 저와 같은 청각장애인 분들이셨는데, 단순히 직업적으로 보험설계사의 길을 걸어왔다기보다 고객 한 분 한 분의 인생 여정에 같이 울고 웃으며 동행했던 것 같습니다."
보험은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비즈니스다. 아직까지 보험만큼 대면 영업이 중요한 상품도 없다. 각 사에서는 매년 최고의 영업왕(연도대상)을 뽑고 최고 대우를 해준다. 보험사 CEO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 행사일 만큼 보험왕은 영예이고 명예다. 특히 '골든펠로우'는 생명보험업계 최고 설계사에게 주는 명예 인증이다. 최정민 AIA생명 마스터플래너(수원 VIP지점 소속)는 중증 청각장애인 최초로 골든펠로우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미 7년 연속 우수인증설계사 인증을 받은 바 있다. 다른 장애를 포함해도 보험왕 타이틀을 거머쥔 것은 최 플래너가 유일하다.
그의 1호 고객은 '고등학교 동창'이다. 13년 전 AIA생명에서 보험설계사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흔쾌히 첫 고객이 되어주었다. 절실한 상황에서 선택한 직업이었기에 진심으로 매달렸고, 이에 감동한 고객들은 자진해서 지인을 소개해줬다. 최 플래너는 "2020년 겨울 청각장애 보험을 거부하는 남편을 설득해달라던 고객님이 기억난다"면서 "보험 가입 후 2년도 되기 전에 남편 분에게 급성 심근경색이 왔는데, 다행히 가입한 보험으로 급성 심근경색증 진단비와 수술비 지급, 남은 납입기간(18년) 동안 납입면제 혜택까지 받으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 고객은 자진해서 최 플래너의 홍보대사가 됐다.
청각장애 고객들은 어떤 보험에 가입할까. 최 플래너는 "종신보험, 암보험, 치아보험, 연금보험 등 다양하다. 장애가 있는 분들은 가족의 생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종신보험에 관심을 많이 보이셔서 맞춤형으로 설계해드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가 일을 시작했던 13년 전만 해도 상해 보상이나 보장 한도에 제한이 있었다. 2018년 10월부터 보험 가입 시 장애 관련 사전고지 의무가 폐지됐고,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심사를 받고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최 플래너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심사부에 꾸준히 이야기했다. 그 결과 청각장애인의 경우 청각과 관련된 보장만 제약을 두는 조건으로 여러 제한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또 "제 고객 중 지체장애인도 열 분 정도 계시는데, 이분들도 모두 동등한 조건으로 가입하셨다"고 덧붙였다.
대학에서 전산통계학을 전공한 그는 금융인을 꿈꿨다. 은행과 증권사에 원서를 수십 개 냈지만 번번이 장애가 발목을 잡았다. 낙담해 있는 그에게 '보험설계사'를 추천한 것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었다. 특히 최 플래너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었다. 일반인도 어려운 보험약관과 보장내역을 청각장애인 고객들에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수어로 상품을 설명하고 보장내역을 알려주려면 평균 4~5시간은 기본이다.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일이다. 지금도 고객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는 "평생 동안 맞닥뜨리는 다양한 리스크가 있는데, 장애인들은 이런 리스크에 훨씬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장애인과 가족들의 리스크까지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해주는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며 웃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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