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위험 다변화 … 안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특수건물 5만여 곳 안전교육
사회 기여 가치 年1135억원
국민 안전의식 향상 힘쓸 것
"한국화재보험협회의 반백 년을 돌아보면서, 두보의 시 '팔진도'를 떠올렸습니다. '강물은 흘러도 돌은 구르지 않는다(江流石不轉)'는 문장 때문인데요. 그 긴 세월 동안 협회가 제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열심히 해왔다,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영구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은 창립 50주년 기념 인터뷰를 "이사장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임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로 시작했다. 화재보험협회는 국내 대표 방재전문기관으로 특수건물 5만4300여 곳의 화재예방 안전점검과 대국민 안전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특수건물이란 화재 시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이 우려되는 곳으로 다중이용시설, 학교, 공장, 16층 이상 아파트 등을 말한다.
강 이사장은 "지금까지 어린이 150만여 명이 협회의 재난안전 예방교육을 받았고, 일부는 벌써 성인이 돼 우리 사회의 안전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부설기관인 방재시험연구원 등을 통한 연구와 인증 활동을 감안하면, 우리가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가치는 연간 1135억원이 넘는다는 외부 전문기관 보고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더는 국내 최고 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협회는 지난달 15일 개최한 50주년 기념식에서 '글로벌 위험관리 선도기관'이 되겠다는 새 비전을 공개했다. 강 이사장은 "국민 여러분도 느끼시는 것처럼 재난의 양태가 갈수록 복잡 다양해지고 있다. 요즘 같은 '위험 사회'에서는 국가 안전망도 글로벌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 규모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는데도 후진국형 재난 사고가 많은 것은 '안전불감증'이 남아 있다는 의미"라며 "화재보험협회가 국민 의식을 '안전'으로 전환시키는 선봉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축적해온 위험 관리 데이터와 사고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한 일반보험 플랫폼(BRIDGE)을 오픈한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 때문이다. 브리지는 'Beyond Risk&Insurance Data Go for Evolution'의 약자로, 보험 플랫폼을 넘어서 종합 위험관리 플랫폼으로 확대·발전시키겠다는 의미다. 앞으로 위험 관리가 필요한 회사 등 고객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안전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화재보험협회가 커버해야 할 영역은 하루가 다르게 확산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드론, 인공지능(AI), 사이버보험 등 새로운 산업들이 줄줄이 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이사장은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포스코 공장이 침수되고, 얼마 전에는 타이어 공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나"라며 "방재시험연구원에서 외국 사례를 분석해 운영 체계와 보험정책을 개발하고 협회 차원에서 맞춤형 위험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이 같은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게다가 방재관리는 업무 특성상 국내외 다양한 기관과 협업이 필수다. 전문적인 분야다 보니 훌륭한 인재도 모셔와야 한다. 강 이사장은 "세계 최고 위험관리기관을 목표로 하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재정자립도가 올라가고, 임직원들에게도 더 좋은 대우를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화재보험협회 임직원 200여 명 중 90% 이상이 이공계 전공자이고 이들이 가진 자격증만 800개가 넘는다. 석·박사 인력도 75명에 달한다.
강 이사장은 '실무자 스타일 기관장'이다. 다양한 '미션'을 주면서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미래 50년을 계획하면서 젊은 직원들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전 직원의 의견을 수렴해 조직을 개편하고 미래사업본부를 신설했다.
강 이사장은 1956년생으로 휘문고와 국민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석사, 밴더빌트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보험감독원과 금융감독원 보험 핵심 라인을 두루 거쳤고 보험개발원 원장,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롯데손해보험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메리츠화재 사장을 거쳐 2022년 3월부터 화재보험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그동안 몸담았던 조직을 떠날 때마다 박수를 받았다는 것이 자랑 아닌 자랑이다. 화재보험협회를 떠날 때도 조직을 위해 헌신한 수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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