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경영` 30년… 이재용의 `뉴삼성` 초격차 승부수 주목

박은희 2023. 6. 4. 15: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실적 반등 등 과제 산적
복합위기 속 새 비전 제시 촉각
대규모 M&A 결정도 이목 집중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회사 임원들을 소집해 품질을 중시하는 '신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 1월 18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아메론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박형준 부산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한 지 오는 7일로 30주년을 맞는다. 신경영 선언을 계기로 내부 개혁 움직임이 일었고,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대전환한 것처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시할 '뉴삼성' 비전에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회장직 취임 5년차였던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나왔다. 미국 한 가전매장을 찾았던 이 회장은 소니, GE 등 제품에 밀려 삼성 제품이 귀퉁이에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뒤이어 이른바 '세탁기 사건'이 터졌고, 신경영 선언의 도화선이 됐다. 세탁기 뚜껑 부문 부품이 들어맞지 않자 직원들이 칼로 깎아내는 모습이 사내방송 몰래카메라에 찍혔고, 격노한 이 회장은 독일 출장 중 수백명에 달하는 경영진들을 프랑크푸르트로 불러모았다.

그는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라며 "결국 내가 변해야 한다"고 신경영 선언을 했다. 이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했다.

당시 삼성은 실질보다 외형 중시의 관습에 빠져 있었다. 일선 경영진의 관심은 전년에 비해 얼마나 많이 생산하고 판매했는가에 집중돼 있었다. 각 부문은 눈앞의 양적 목표 달성에 급급해 부가가치, 시너지, 장기적 생존전략 등 질적 요인들을 소홀히 했다.

신경영 선언 이듬해인 1994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256메가(Mb) D램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1996년 1기가(Gb) D램을 개발하며 반도체·스마트폰 선두 기업의 토대를 닦았다. 1995년에는 구미사업장에서 불량 휴대전화 15만대를 소각하는 '화형식'을 하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선대회장의 '인재 제일' 철학에 따라 삼성은 1993년 국내 최초로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하고, 1995년에는 공채 학력 제한을 없앴다. 국내 기업의 출퇴근 문화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이른바 '7·4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를 시행하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삼성전자의 2022년 브랜드 가치는 877억달러를 기록하며 3년 연속 글로벌 5위에 올랐다. 스마트폰과 TV, 메모리반도체 등 20여개 품목에서 '1위'를 하는 세계 일류 기업으로 도약했다.

삼성전자는 고비 때마다 미래를 내다본 선대회장의 결단으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라섰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산업 재편 가속화 등으로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상황에 직면했다. 경기 침체로 IT 수요가 급감하고 재고가 쌓이면서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는 바람에 반도체 업황은 악화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95.5% 급감한 6402억원에 그쳤다. 특히 반도체 부문은 4조5800억원의 적자를 내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여기에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며, 국내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10월 회장에 취임한 이재용 회장은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 해결해야 할 과제를 가득 안고 있다. 재계는 이제 이재용 회장이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며 '뉴삼성'의 비전을 확실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에서 이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삼성전자의 M&A는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상생 경영'을 강조하며 전방위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광주를 시작으로 지방 사업장을 두루 돌며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총 6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대표적인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업인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해 인구소멸 위험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취임 후 처음 단행한 인사에서 성과와 성장 잠재력을 중심으로 '젊은 리더'를 과감히 기용했다. 글로벌 경제 불황에 따른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한발 앞서 도전적으로 준비하고 과감하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기 위해서다.

지난달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 일정을 소화한 뒤, 미국 동·서부를 횡단하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주요 글로벌 기업 CEO 20여명을 두루 만났다.

또 지난 1일 열린 삼성호암상에 직접 참석하는 등 선친의 '인재 제일' 철학을 계승하며 인재 육성·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박은희기자 ehpar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