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금융가 출신 전 재무장관 다시 임명… 정통 경제정책 복귀할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새 내각을 구성하면서 금융시장의 호평을 받았던 전직 경제관료를 재무장관으로 복귀시켰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고인플레이션에도 고집해왔던 저금리 정책 을 포기하고 정통 경제정책으로 복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세 번째 대통령 취임식을 열고 새 정부 조각 구상을 발표했다. 경제·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재무장관 자리에는 메흐메트 심셰크 전 부총리가 5년 만에 복귀했다. 심셰크는 투자은행 메릴린치에서 근무했으며 2009∼2015년 튀르키예 재무장관, 이후 2018년까지 경제 부총리를 지냈다. 국제사회에서 널리 인정받는 경제 전문가이지만 리라화 폭락 사태를 맞아 자리에서 물러났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정통적 경제정책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5차례 금리를 내렸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흐름과 정반대의 처방을 내린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튀르키예의 물가 상승률이 연 85%까지 치솟았고, 달러 대비 튀르키예 리라화의 가치는 지난 3년 동안 67% 떨어졌다. 이자를 죄악으로 여기는 이슬람 율법을 경제 정책에 반영해 경제난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현재 리라화는 올 연초보다 달러 대비 가치가 10% 넘게 하락했다. 지난해 말 850억달러를 넘던 외화 보유액은 환율을 방어하느라 최근 565억달러까지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결정은 튀르키예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며 민생이 악화하는 가운데 나왔다”고 짚었다. AP통신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심셰크를 임명함으로써 비정통으로 낙인찍힌 경제정책을 드디어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제 전문가를 인용해 “에르도안의 정책 우선순위가 경제임을 보여주는 인사이지만, 내각 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며 전면적 경제정책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전했다.
요직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측근들이 임명됐다. 에르도안 3기 내각 외무장관직에는 2010년부터 국가정보청(MIT)을 이끌던 하칸 피단이 임명됐다. 군인 출신인 피단은 과거 에르도안 대통령이 ‘비밀 파수꾼’이라고 부를 정도로 신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장관에는 튀르키예군 총사령관인 야사르 굴러 육군 대장이 임명됐다. 개발부 장관을 역임했던 세브데트 일마즈는 부통령이 됐다. 유럽 리더십 네트워크의 선임 연구원인 지야 메랄은 피단, 굴러, 일마즈를 “에르도안이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이라고 설명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 “우리는 정치적 견해와 관계없이 8500만명의 모든 국민을 포용할 것”이라며 “선거기간 불거진 적의를 뒤로하고 화해의 길을 찾자”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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