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위축측삭경화증(루게릭병·ALS)과 싸우는 3명의 전사들[SS포커스]

문상열 2023. 6. 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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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기록 분석가로 이름을 떨친 새라 랭스는 2021년 불치병 ALS로 판명돼 연구기금 모금과 투병을 병행하고 있다. MLB.COM 캡처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현지 시간 6월 2일은 메이저리그가 제정한 ‘루 게릭의 날’이다.

2014년 전 세계가 아이스 버킷 챌린지로 루 게릭 병의 위험성을 알고 연구기금 모금과 이에 동참하면서 버드 실릭 전 커미셔너가 제정했다. 국내에서도 전 농구 선수 박승일 씨의 투병으로 잘 알려진 병이다.

‘루 게릭 병’은 1939년 연속경기 출장 기록(2130)을 이어간 뉴욕 양키스 1루수 ‘철마(Iron Horse)’ 루 게릭이 돌연 근육 수축 증세를 보였던 원인 불명의 병에서 따온 명칭이다.

공식 병명은 ‘근위축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으로 미국에서는 간단히 ALS라고 부른다.

게릭은 ALS 증세가 나타난 뒤 2년도 채 안 돼 1941년 6월2일 3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6월 2일로 정한 이유가 게릭의 사망 날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가슴에 ALS를 위한 ‘루 게릭 데이’ 패치를 단 유니폼을 입고 출장했다.

뉴욕 메츠는 메이저리그 기록 분석가인 새라 랭스를 위한 ALS 기금 1만 달러를 쾌척했다. 시구도 휠체어를 탄 랭스를 대신해 남자 친구가 했다. 메츠뿐 아니라 많은 MLB 선수, 감독들이 랭스의 연구기금 모금 운동에 동참했다.

랭스는 29세다. 국내 야구기자도 그녀의 트위터 팔로우가 꽤 있다. MLB 기록에 관한 한 정평이 나 있다. 2015년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이 MLB 기록 분석가로 발탁했다. 이후 2019년에는 MLB 네트워크의 고정 출연자가 됐다. 2021년 7월 19일 MLB 역사상 최초의 여성팀만으로 구성된 방송팀의 기록 분석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이때까지 랭스의 발음은 어눌하지 않았고 재기발랄한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에게 이상 조짐을 보인 게 2022년 2월이다. 갑자기 발음이 이상해진 것. ALS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정상적인 보행도 어려워졌고 휠체어를 타기 시작했다. 2023년 1월 뉴욕에서 벌어진 MVP, 사이영상 등의 수상자 파티에 참여하면서 그녀의 투병 소식은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NBA TNT 방송 해설자 찰스 바클리가 랭스를 소개하면서 많은 미국인이 기금 모금에 동참하고 있다.

ALS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정상적인 발음을 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증세가 나타나면 수명을 재촉받는 위험한 병이다. 치유가 거의 불가능하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중견수 배지환이 왼쪽 가슴에 루 게릭 데이를 기념하는 패치의 유니폼을 입고 3일(한국 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 출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뉴욕 양키스는 양키스타디움에 7월 4일 새라 랭스를 ‘희망의 주(Hope week)’에 초청한다. 7월 4일은 1939년 게릭이 은퇴식에서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인간이다”라는 야구판 게티스버그 연설을 한 날이다. 올해 84주년이다.

ALS는 지난 3월 대학농구 3월의 광란 때도 뉴스를 탔다. 개교 이래 처음 NCAA 토너먼트에 진출한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의 코치 마크 피셔(44) 코치다. ALS 투병 상태에서 브라이언 더처 감독을 도와 팀을 첫 결승전으로 이끄는 데 일조했다. 미시건 대학과 샌디에이고 스테이트 감독을 오랫동안 한 아버지 스티브 피셔 감독 밑에서 코치를 지냈다. 2013년에 ALS 증세가 나타났고 결혼까지 해 아들 1명을 두고 있다.

여전히 불치병으로 남아 있는 ALS의 가장 슬픈 소식은 NHL 캘거리 프레임스의 크리스 스노(37) 부 단장이다. 스노 역시 랭스처럼 숫자를 분석하는 전략가다. 스노의 젊은 시절은 매우 날카로운 분석가의 모습이다. 하지만 현재 옷도 혼자서 입을 수가 없고 말을 할 때는 목을 뒤로 심하게 젖혀야 가능하다.

HBO 방송은 지난 3월 스포츠 다큐멘터리로 스노와 그의 부인과 두 자녀의 ALS 투병 여정을 담아 방영했다. 눈물없이 끝까지 볼 수 없을 정도로 슬프다. 이유는 어린 자녀 때문이다. ALS는 유전되는 경우가 흔하다. 스노의 삼촌과 조카가 ALS로 일찍 사망했다. ALS의 유전 여부는 18세가 돼야 판명이 가능하다. 어렸을 때는 정상인으로 활동한다. 초등학생인 어린 두 자녀의 ALS 발병 여부는 의사조차 알 수가 없다. 부인 켈시는 이 대목을 얘기할 때 눈물을 하염없이 흘린다.

NHL 캘거리 프레임스의 부단장 크리스 스노가 ALS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 부인 켈시, 두 자녀와 행복한 모습. 사진=LA 타임스 캡처


스노는 2019년 6월에 증세를 알았다. 당시 의사는 6개월에서 1년 동안 살 수 있다는 청천벽력의 통보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투병하고 있다. 아직 다리 근육은 쇠퇴하지 않아 움직일 수는 있다. 동료가 집까지 와 승용차로 출퇴근한다. 현재 부인은 팟캐스트와 SNS를 통해 남편의 투병과 ALS 연구 기금을 모으고 있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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