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화 길` 들어선 폴란드…韓 수출 무기 대금 수령 안갯속
美, 폴란드 '러 영향' 핑계 공직자 퇴출에 견제구 "선거 악용 우려"
폴란드의 우크라 지원엔 '박수'…민주주의 가치 훼손엔 '경고'
독재 우려에 EU 자금 인출 잠정적 동결
EU자금 동결로 한국 무기수출 대금 수령도 안개
한국 무기를 대량 구매한 폴란드 정부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권위주의 정부를 향한 움직임을 가시화하면서, 한국의 무기수출 대금 수령에도 먹구름이 험로가 예상된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폴란드가 러시아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아 국가 정책을 결정한 공직자를 사실상 퇴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선거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폴란드 정부가 폴란드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방해하는 데 악용될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립하는 이 법안이 적법 절차 없이 야당 정치인의 입후보를 막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많은 관측통의 우려에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국무부는 "폴란드 정부는 이 법이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침해하거나, 선거의 정당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식으로 발동·남용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이날 2007∼2022년 러시아가 폴란드에 끼친 영향력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위원회 설립 법안에 서명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EU에 따르면 이 법안은 공직에서 유럽 회의론자이자 민족주의 정당인 폴란드 집권 법과정의당( PiS) 주도로 제정됐다. 법안의 골자는 하원이 임명한 9명의 위원은 조사 대상 개인들이 2007~2022년 사이 러시아의 입김을 받았는지를 결정하고, 가혹한 처벌(공직 취임 10년간 금지에 해당하는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항소절차를 박탈)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현 집권당인 PiS가 오는 10월 총선에서 질 경우에도 '러시아의 영향력'에 속한 모든 위원을 임명함으로써 야당 정치인의 공직 취임을 금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10월 총선을 앞두고 폴란드 총리를 지낸 야당 시민강령당(PO)의 대표 도날트 투스크를 겨냥한 법안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디디에 레인더스(Didier Reynders) EU 법무장관은 "법에 따라 시민, 개인, 정치인 등의 공직 선출 권리를 박탈할 특별위원회를 창설하려는 폴란드 상황에 대해 특별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브뤼셀에서 열린 EU 장관 회담에 앞서 "사법적 판단 없이 행정적 행위로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는 점에서 특별한 우려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며 "그러한 시스템에 동의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즉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는 2017년 EU에 가입했다. EU 회원국임에도 2015년 민족주의 성향 보수정당인 법과정의당이 집권한 이후, 대법원에 판사 징계위원회를 설치하는 식의 사법개혁을 추진해 EU 회원국이 지켜야 할 법치주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유럽 내에서 러시아, 벨라루스와 함께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나라 중 한 곳으로 꼽혀 왔다.
그러던 폴란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무기·탄약 원조의 주요 전달 통로가 되면서 국제적 위상이 달라졌다. 서방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방문 전후 폴란드에 들러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의를 표할 정도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2월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를 잇달아 방문한 자리에서 폴란드를 두고 "미국의 위대한 동맹국 중 하나"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2020년 대선 후보였을 때만 해도 폴란드를 '전체주의 체제의 부상에 굴복할 위험이 있는 나라'로 꼽은 것에 비하면 사뭇 달라진 변화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폴란드의 조사위 설립 법안에 공개 우려를 표하고 나선 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폴란드가 보여준 헌신과는 별개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선거의 자유를 훼손하려는 시도에 대해선 묵과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EU 역시 PiS가 국가의 사법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법 제도를 변경하는 방법으로 법치를 준수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유럽연합 차원의 별도 절차를 마련하면서, 동시에 폴란드에 대한 EU 자금 지출을 잠정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야당이 '반헌법적이고 스탈린주의자'라고 비난하는 법안에 대해 서명함으로써 독재의 길로 한 걸음 다가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유럽 내 폴란드의 위상 변화로 인해 한국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폴란드는 한국과 자주포, 전자, 다연장 로켓, 장갑차 등 천문학적 금액의 군사 무기 판매 계약을 체결한 상황에서 무기 구입 재원인 EU 자금 인출이 중단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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